‘관심군’ 분류돼도 25%는 사각지대… 자살위험군도 20% ‘방치’[가난한 ‘금쪽이’ 는 어디로 가야하나요?]

  • 문화일보
  • 입력 2023-11-28 11:20
  • 업데이트 2024-01-02 10:52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픽 = 전승훈 기자



■ 가난한 ‘금쪽이’ 는 어디로 가야하나요? - (2) ‘정서행동검사’ 사후관리 허술

초등교 입학 뒤 고교 1학년까지
3년마다 ‘정서검사’ 실시하지만
이상 있어도 전문 기관 연계 부실

ADHD약 복용하던 8세 도영이
센터 찾아가니 “왜왔냐” 면박도

극단적 선택한 학생 50여 명
검사결과 조사하니 70% ‘정상’
설문 자체 신뢰·실효성 지적도


부산에 사는 도영(8·가명)이는 지난해부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증상을 보였다. 태권도 학원에 간 도영이는 40분가량을 말 그대로 쉬지 않고 뛰어다녔다. 사범의 통제도 통하지 않자 학원은 도영이의 등록을 거부했다. 엄마 A(33) 씨는 큰 충격에 곧장 도영이 손을 붙잡고 소아청소년정신과에 갔다. 의사는 “ADHD로 판단되지만, 아직 어리기 때문에 확신할 순 없다”는 모호한 소견을 전했다. 도영이는 초등학교 입학 후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 추가 상담이나 검사가 필요한 ‘관심군’으로 분류됐다. A 씨는 좀 더 전문적으로 아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 싶어 ‘차라리 잘됐다’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학교는 병원 등의 전문기관으로 연계하는 2차 조치를 해주지 않았다. 결국 A 씨는 직접 교육지원청에서 운영하는 위(Wee)센터에 찾아갔다. 하지만 위센터 관계자로부터 가장 먼저 돌아온 말은 “이미 약을 먹고 있는데 왜 왔느냐”는 면박이었다.

이렇듯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의 정서·행동 문제를 조기에 파악하기 위한 ‘필터’ 역할을 하는 정서·행동특성검사가 엉터리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검사를 통해 관심군으로 분류가 되더라도 4명 중 1명은 전문기관으로 연계되지 못했다.

28일 교육부에 따르면 학교에서는 매년 초등학교 1·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정서·행동특성검사를 실시한다. 검사 이후 관심군(일반관리군, 우선관리군, 자살 위험군)으로 분류되면 위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전문기관에 연계된다. 2차 전문기관에서 전문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땐 병·의원으로 보내진다. 2007년 시범 운영한 이래 2011년부터 현행 체계를 갖췄다.

문제는 이 검사로 ‘정신건강 적신호’가 켜졌다는 것을 발견하더라도 적절한 조치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교육부가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2017∼2022년)간 정서·행동특성검사를 실시한 학생 수는 연평균 약 178만6287명이다. 이 중 관심군으로 분류된 학생 수는 연평균 8만535명이다. 하지만 이 중 전문기관에 연계된 학생은 74.8%인 6만258명에 그쳤다.

심지어는 ‘자살 위험군’의 19.8%도 전문기관으로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6년간 연평균 1만9498명의 학생이 이 검사를 통해 자살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이 중 연평균 3853명은 전문기관으로 연계되지 못하고 ‘방치’됐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학부모가 원하지 않는 경우나 정신건강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도서벽지 등 지방인 경우는 전문기관 연계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검사 자체의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상담교사 A 씨는 “초등학생은 부모·보호자가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실제 위기 학생을 발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행동평가척도(CBCL) 6-18과 같이 신뢰도가 검증된 검사가 많은 데도 실효성 없는 검사를 고수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이 지난해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학생 50여 명을 전수조사하자 70% 이상이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에서 정상으로 분류됐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학생들을 조기에 발견하는 학교 내 시스템이 ‘삐걱’대는 동안 정신질환 진료를 받는 아동·청소년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정신질환(상병코드 F00∼F99 기준) 진료를 받은 만 19세 미만 환자는 지난해 29만619명에 달한다. 10년 전에 비해 43.5% 증가했다. 질환별로 보면, ADHD가 포함된 ‘운동과다장애’가 전체의 31.5%(9만1619명)로 가장 많았다. 병원 정신과를 찾는 만 19세 미만의 환자가 3명 중 1명꼴로 ADHD를 앓고 있는 셈이다. ‘우울에피소드’(20.5%), ‘기타 불안 장애’(11.1%),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 및 적응 장애’(8.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권승현·조율 기자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인터랙티브 기사로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관련기사
권승현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