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정책, 합리적이어야 한다[문화논단]

  • 문화일보
  • 입력 2023-12-01 11:35
프린트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식당과 카페에서 종이컵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계도기간을 연장한다고 정부가 지난달 초에 발표한 이후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그 안에 일회용품 사용 규제에 대한 부담을 홀로 짊어진 소상공인에 대한 배려나 규제가 시행되는 현장을 고려한 합리적 판단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느껴진다.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제도 아래서 식당과 카페를 운영하는 점주들의 애로 사항은 주목받지 못했다. 몇 개 안 되는 테이블과 조리대, 그리고 계산대만으로도 꽉 찬 매장에서 사장들은 다회용 컵 보관 공간을 마련해야 했다. 또한, 빨대를 씹어 삼킬 수 있는 어린아이나 몸이 불편해서 구부러지는 빨대가 필요한 손님들에게도 종이 빨대를 제공해야만 했다. 플라스틱 빨대를 찾는 손님들과 가게 주인의 언쟁은 일상적인 일이었다.

그런 만큼 자영업자들의 입장을 고려해 종이컵 사용을 허용하고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계도기간을 연장한 조치는 환영할 수밖에 없다. 최근 인건비와 식자재 가격은 줄줄이 인상됐으며, 심지어 설탕값은 지난해와 비교해 1.5배 가까이 올랐다. 영업을 계속하기 힘들 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빠진 사업장도 적지 않다. 일회용품 규제를 이행해야 하는 소상공인이 무너진다면 환경보호라는 목적도 달성할 수가 없다. 지금이라도 소상공인과 환경을 모두 끌어안을 수 있는 대책이 무엇인지 되짚어봐야만 한다.

우선, 사업자가 망설이지 않고 대체품을 사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점주들의 요구 사항은 결코 일회용품을 마음껏 사용하게 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 부담 없는 비용으로 다회용품을 사용하거나 다회용기 세척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사업자가 굳이 일회용품을 사용할 이유가 없는 현장 환경이 조성된다면 다회용품 사용은 자연스럽게 뒤따라올 수밖에 없다.

또한, 플라스틱 빨대를 대체할 수 있는 용품의 품질 개선이 절실하다. 손님들이 종이 빨대를 사용하기를 거부하는 것은, 대체로 물러지고 젖기 쉬운 빨대가 음료의 맛을 변하게 하기 때문이다. 빨대가 음료에 젖는 것이 싫어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빨대를 두세 번이나 바꾸는 손님들도 있다. 점주로서는 결국 카페에서 나오는 쓰레기의 양만 늘어난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플라스틱 빨대를 대체하는 용품의 품질이 지금보다 훨씬 나아진다면 손님과 주인 간에 불필요한 마찰이나 음료의 맛에 대한 걱정은 사라질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이다.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에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에 대한 공감대가 탄탄하게 형성된다면 일률적인 규제나 마찰 없이도 일회용품 사용은 줄어들 수 있다. 요즘 텀블러를 지참한 손님들에게 할인은 물론, 편리한 세척을 위해 매장 내에 텀블러 세척기를 설치한 가게도 등장하고 있다. 그곳을 찾는 손님들은 텀블러를 지참하는 데 대한 불만을 갖지 않는다. 정부는 현장의 이러한 움직임이 확산될 수 있도록 일회용품 감량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펼쳐야 한다.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품은 단지 식당과 카페에서만 배출되는 것이 아니다. 가정과 사무실 등 우리의 일상생활 곳곳에서 일회용품은 사용되고 있고, 환경을 보호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소상공인들 역시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약속했다. 우리가 나아가려는 길에 합리적이면서도 따뜻한 일회용품 정책이 뒤따르기를 기대해 본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