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도시 정비 확대’ 수혜지 부동산 들썩… 전문가 “수십년 걸려”

■ 특별법 시행령 내일 입법예고

공사비 폭등·고금리 등 ‘변수’
“사업성 옥석가리기 시작” 전망

정부가 노후계획도시정비특별법 적용 대상을 경기 안양시 평촌·성남시 분당·군포시 산본·고양시 일산 등 1기 신도시뿐 아니라 전국 총 108곳 내외의 택지지구로 대폭 늘리면서 수혜 지역 부동산 시장의 반응이 뜨겁다. 법 적용 대상엔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 입주한 택지지구 대부분이 포함됐다. 대상 가구 수만 해도 215만 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대상 지역이 크게 늘어났어도 공사비 폭등과 고금리, 이주 계획 수립의 어려움 등으로 재건축 사업성 확보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서울 양천구 목동과 경기 분당, 일산 등 땅값이 비싼 지역의 용적률 200% 이하 단지처럼 사업성이 뛰어난 곳부터 선별적인 개발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31일 정부가 발표한 108곳 내외의 노후계획도시정비특별법 적용 대상지를 보면 단일 택지가 100만㎡ 이상인 서울 목동·노원구 중계·상계동, 경기 평촌·분당·일산·산본·부천시 중동 등 1기 신도시와 대전 노은·둔산, 광주 상무·풍암, 부산 해운대, 대구 성서, 인천 구월·연수 등 대규모 택지지구 외에도 경기 구리시 교문(33만㎡)·토평(77만㎡), 수원시 매탄2(76만㎡)·권선(62만㎡), 용인시 기흥 구갈2(64만㎡) 등 미니신도시급 택지지구까지 대거 포함됐다. 특별법이 적용되면 안전 진단이 면제되고 용적률을 법정 상한의 150%까지 높일 수 있다. 사업성이 크게 개선되는 셈이다.

다만 전국 215만 가구에 해당하는 택지지구가 일시에 수혜 지역으로 지정된 탓에, 오히려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대상지가 이렇게 많다는 것은 반대로 말해 특정 지역에 특별히 사업 드라이브가 걸리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원래도 사업성이 좋았던 목동, 분당 등은 노후특별법의 용적률 혜택으로 수혜가 예상되지만 1기 신도시 주변 택지 지구 등 입지가 떨어지는 곳들은 여전히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업성을 중심으로 ‘옥석 가리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천정부지로 오르는 건축비, 고금리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까지 3중고 상황에서 현재 시세가 비싸고 용적률 200% 이하, 500가구 이상인 단지 정도만 사업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