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공 확대’ 부작용 대책도 급하다[시평]

  • 문화일보
  • 입력 2024-02-0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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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대학 신입생 선발 무전공 25%
취지는 좋지만 문제점 수두룩
인기 학과 이미 수강신청 전쟁

현행 부전공 연합전공과 충돌
교수와 강의실 실습실 태부족
제대로 대비 않으면 탁상공론


최근 교육부가 대학 입시 때 무전공 신입생 선발을 전체 정원의 25%까지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무전공 전형으로 선발된 신입생은 입학할 때 전공을 선택하지 않고 나중에 전공을 결정하게 된다. 무전공 선발의 취지는 ‘학생의 다양한 학습권과 전공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사회적 수요가 많은 인기 학과에 학생이 쏠리면서 비인기 학과가 고사하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어 찬성과 반대가 엇갈린다.

이러한 무전공 선발의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기왕에 대학에서 운영하는 유사한 제도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학생에게 전공 선택권을 주기 위한 제도로 입학 이후에 다른 전공으로 학과를 변경할 수 있는 전과제도가 있다. 또, 복수 전공이나 부전공 제도가 있어 학과를 바꾸지 않더라도 전공에 맞는 다른 학과에서 공부를 하고 학위를 받을 수 있다.

필자가 대학에 다닐 때는 이러한 제도를 활용한 학생이 거의 없었고, 입학할 때 선택한 학과에 따라서 진로를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요즘 MZ 세대들은 이 제도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의 경우, 다른 학과로부터 전과를 희망하거나 복수 전공이나 부전공을 신청하는 학생이 많다. 연합전공이란 제도도 있는데, 여러 학과가 협력해서 융합적인 교육을 하기 위한 새로운 전공을 만들고 다른 학과 학생들을 교육한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의 경우 반도체 교육을 위한 연합전공을 만들고 1년에 80명씩 다른 학과생들을 교육한다. 또한, 인공지능(AI) 교육을 위한 연합전공을 1년에 100명씩, 통신 기술 교육을 위한 연합전공을 1년에 25명씩 교육한다. 이러한 연합전공도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아 이들 전공에 진입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반도체 연합전공의 경우 학기마다 정원보다 2배 이상이 지원하기 때문에 지원하는 학생들을 모두 교육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기정보공학부의 경우 입학정원이 151명인데 △복수 전공 75명 △부전공 75명 △반도체 연합전공 80명 △인공지능 연합전공 100명 △통신 연합전공 25명을 모두 받아 교육한다면 최대 355명이다. 이는 전기정보공학부 정원의 2.3배가 넘는다. 현재 전기정보공학부의 교수·강의실·실습실 등 교육 환경은 입학정원 151명 대상을 전제로 계획돼 있어 급격히 늘어난 다른 학과 학생 대상 교육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교육 환경 확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위한 지원은 미미한 상태다. 예를 들어, 반도체 연합전공 80명의 교육을 위해서는 1년에 약 500만 원 정도의 재정이 지원되며, 별도의 강의실 또는 실습실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다. 따라서 다른 학과 학생들을 위한 추가 강좌 개설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매년 새 학기를 준비하는 이맘때면 수강 신청 전쟁이 벌어진다. 전기정보공학부 강좌들을 수강 신청하려는 다른 전공 학생들과 전기정보공학부 학생들 간에 갈등이 심해진다. 전기정보공학부 학생들은 주 전공 학생으로서 수강 신청에 우선권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반면, 복수 전공이나 연합전공 학생들도 과정 이수를 위해서는 수강이 필수적이다. 사정이 이러니, 복수 전공이나 연합전공이 아닌 학생들은 전기정보공학부 수업을 수강할 기회가 전혀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수강 신청 전쟁은 전기정보공학부뿐만이 아니다. 다른 인기 학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

무전공 선발의 확대로 인한 학생 수가 늘어나면 이들이 인기 학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수강 신청 전쟁은 더 치열해지고, 무전공 학생이 증가하는 만큼 복수 전공이나 연합전공 학생 수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 결과 무전공 선발 확대는 아랫돌을 빼서 윗돌 괴는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전공 학생들이 지원하는 숫자에 비례해 교육 환경의 확대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강의를 위한 교원의 증원이 필요한 건 말할 필요도 없다. 거기에 더해 강의실과 실습실 등의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무전공 학과 입학생 증원에 대비해 필요한 교육 환경을 예측하고 상응하는 지원을 할 때 비로소 이 제도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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