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서비스에도 시장질서 중요하다[시평]

  • 문화일보
  • 입력 2024-02-1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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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의대 증원은 수가·재정과 연계
의사 - 환자 사이엔 정보 비대칭
면허제는 신뢰 확보 위한 대책

의대 설립과 정원 자유화 포함
의사면허 진입장벽 허물 필요
의료의 양적·질적 진화가 본질


정부가 내년부터 5년 동안 의과대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재보다 2000명 늘리고, 이후에는 고령화 추이 등을 참작해 주기적으로 조정한다는 계획을 지난 6일 발표했다. 교육 및 전공의 수련 기간을 고려해서 2031∼2035년에 1만 명의 의사가 추가 배출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계획 발표에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 의사들 및 의과대학생 등이 집단적으로 반발할 태세다. 의사협회는 정원 확대에 대해 원론적으로 반대하지만, 현재 의과대학의 교육 시설이 감당할 수 있는 350명 정도의 증원 제안을 정부가 무시했다는 점을 반대 이유로 들었다.

의료 서비스는 진단이나 치료 이후에도 사람들이 그 질적 수준을 잘 알 수 없는 신뢰재(信賴財)이다. 즉, 의사와 환자 간에 정보의 비대칭 문제가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 면허제가 도입된다. 또, 우리 사회에서 모든 국민은 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하므로 보험 재정과 그에 따른 수가(酬價) 문제가 대두된다. 그래서 의료 문제는 의료 서비스의 특성, 진입 장벽, 보험 재정과 수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의료 서비스는 사람의 생명과 건강에 관련되므로 수가가 변해도 수요량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며, 소득이 증가하면 수요가 크게 증가한다. 그런데 의사의 수가 늘어 서비스 공급이 증가하고 수가가 내려가면, 수요 증가에 따른 수입 증가가 수가 하락에 따른 수입 감소보다 적어 의사들의 총수입이 줄어든다. 의사협회가 의사 수를 늘리는 데 반대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물론 의사 면허 시험에서 합격자 수를 줄일 수 있지만, 실패를 반복하며 시험에 응시하는 의대 졸업생을 끝까지 불합격시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그래서 아예 의대 설립과 정원을 제한하는 진입 장벽을 세우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사 면허제를 폐지해야 할까? 이는 물론 논란거리다. 다만, 면허제의 장점을 활용하고 단점을 개선한다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의사의 질적 수준 검증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물론 의료 시장에서 해결되지만, 긴 시간이 걸릴 수 있어 면허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면허제에 따른 진입 장벽을 허물어야 하는데, 그것은 곧 의대 설립과 입학 정원의 자유화다. 의료 시장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미국 사람들의 병·의원 접근성이 낮은 것은 면허제에 따른 굳건한 진입 장벽으로 수가가 아주 높기 때문이다.

의사 면허제에 따른 진입 장벽 철폐와 함께 수가 규제도 철폐해야 한다. 수가가 규제된 보험 급여 항목이 많은 분야의 의사 수가 줄어들고 수가 규제가 없는 비급여 항목이 많은 분야의 의사 수가 늘어나는 주요 요인이기 때문이다. 인술(仁術)도 물적 토대가 뒷받침돼야 지속될 수 있다.

진입 장벽을 없애면 서비스 공급이 늘어나 수가가 내려가고, 수가 규제를 철폐하면 수가가 올라가는 경향을 보일 것이다. 그래서 수가의 변화 방향은 예단할 수 없다. 물론 공급 증가로 경쟁이 더 치열해져 의료 서비스의 질적 수준은 높아질 것이다.

(보험료 수입에 변화가 없다면) 진입 장벽과 수가 규제 철폐로 수가가 내려가면 의료 서비스에 대한 총지출이 줄어 보험 재정이 튼튼해지고, 반대로 수가가 올라가면 재정은 적자를 볼 것이다. 재정 적자는 우선, 보험료 조정과 의료 수요 감소 유도로 완화할 수 있다. 보험료는 일단 납부하면 되찾을 수 없는 (매몰) 비용이고, 병·의원 방문 시 본인 부담액을 낮추므로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 따라서 경증 질환은 본인이 부담하고 중증 질환은 보험 처리하면 재정 적자를 줄일 수 있다. 병·의원 방문 횟수에 따라 본인 부담을 차별화하겠다는 정부 계획도 그런 것이다.

또한, 정치인들은 표를 얻기 위해 급여 항목과 급여액을 늘리는 정책에 특히 신중해야 한다. 외국인에 대한 느슨한 보험 급여 조건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재정 적자가 지속되면 보험료를 조정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적정 의사 수는 아무도 모른다. 진입과 수가가 자유화되면 의료 시장은 그에 따라 진화하며 질서가 만들어진다. 의과대학의 수와 정원, 의료인 수, 수가, 건강보험도 시장에서 조정된다. 시장은 어느 누가 설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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