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마스 전쟁까지… 전세계 곳곳 분쟁위기 높아져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초토화 18일 러시아가 완전 장악을 선언한 우크라이나 동부 아우디이우카 지역의 건물들이 포격 등으로 무너져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17일 아우디이우카에서 철수한다고 밝혔고, 러시아는 다음 날 완전 장악 선언과 함께 8.6㎞ 진격을 발표했다. 타스 연합뉴스

■ 우크라전 2년 ‘끝나지 않는 전쟁’ - <1> 민주주의 vs 권위주의 ‘新냉전’

美·유럽에 맞서 中·러 더 ‘밀착’
세계인구 39%가 권위주의 체제
중립국 스웨덴·핀란드는 나토行
美, 인도·필리핀 군사지원 늘려

오는 24일로 개전 2년을 맞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미국을 필두로 하는 민주주의 체제 국가와 러시아·중국 등 권위주의 체제 국가가 세계 곳곳에서 충돌하는 상황을 가져왔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간 냉전 체제가 무너진 지구촌에서 민주주의와 권위주의가 맞붙은 신(新)냉전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애런 프리드버그 프린스턴대 교수는 최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고서에서 유라시아 변방을 중심으로 배열된 권위주의 국가 블록이 미국을 필두로 한 민주주의 국가 블록과 맞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권위주의 국가들의 국제적 고립을 더욱 심화시켰으며 권위주의 블록 국가 간의 유대를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크렘린궁은 성명을 통해 “현재 러시아와 중국의 우호 관계는 전례 없이 좋은 수준”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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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국가와 권위주의 국가 간 충돌은 우크라이나를 넘어 중동과 아프리카로 퍼져가고 있다. 중국은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을 중재하며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중국은 무장세력 배후인 이란을 달래 달라는 미국의 요구를 외면 중이다. 러시아는 아프리카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사헬 지역 6개 국가에서 연달아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 세력을 지원하고 있다. 서아프리카 쿠데타는 민주주의가 자유와 안보, 법치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권위주의 체제 옹호자들의 주장에서 시작됐다. 이에 미국과 유럽은 이스라엘·하마스 휴전에 애쓰고,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지원에 나서는 등 권위주의 국가의 영향력 확대를 막으려 고심 중이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와 필리핀에 대한 군사적 지원도 늘렸다.

권위주의 국가들의 위협에 중립국도 사라지고 있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신청했고, 스위스는 국방예산을 대폭 늘렸다. 냉전 시기 제3세계 대표국이었던 인도마저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4자 안보협의체)에 참여하는 등 미국에 밀착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권위주의 국가들의 수는 확대 중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167개국의 민주주의 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인구의 39.4%가 권위주의 체제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36.9%에서 2.5%포인트 늘어난 비중이다. 심화된 불평등, 세계 경제불황 등으로 권위주의가 확대된 데 따른 결과다. 국제 지형을 재구성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온 권위주의 체제 국가들의 성과라는 분석도 있다. 아프리카전략연구센터(ACSS)의 조지프 시글 박사는 전미민주주의기금(NED) 보고서에서 “지난 10년 동안 러시아와 중국 같은 독재국가들은 권위주의적 내러티브를 전 세계에 전파하는 노력을 주도해왔다”며 “특히 전 세계적으로 약 47억 명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는 권위주의 권력이 전 세계 청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전례 없는 기회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