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제도적 지원’ 美日에 뒤진다[시평]

  • 문화일보
  • 입력 2024-02-2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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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TSMC 일본 공장 초고속 준공
경제안보강화법 제정해 뒷받침
미국 유럽은 예산 지원 총력전

한국의 국가 지원은 족탈불급
기업 원하는 곳에 공장 짓도록
反기업 환경도 제거해 주어야


세계열강의 반도체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시장 개입을 지극히 꺼리는 미국도 지난해 반도체법을 제정해 오는 2026년까지 527억 달러(약 70조 원)를 자국 반도체 기업에 재정 지원키로 했다. 유럽연합(EU) 또한 반도체법을 제정해 430억 유로(약 62조 원) 지원을 결정했다. 각국의 발 빠른 움직임에 일본도 대만과 연합 전선을 구축해 반도체 전쟁에 뛰어들었다. 경제안보강화법이라는 이름으로 반도체 관련 법을 제정하고 구마모토(熊本)현에 대만 TSMC의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유치, 속도전을 편 결과 오는 24일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선진 각국은 반도체 굴기를 함에 있어 체면치레를 포기한 것은 똑같다. 그러나 그 방법 면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다. 미국이나 EU는 반도체법을 제정해 국가 예산 지원을 통해 반도체 굴기를 실현하려는 반면, 일본은 제도적 지원을 통해 자국에 반도체 공장 설립을 유인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외형적으로는 미국이나 EU의 방법을 택하고 있으나 실상은 전혀 다르다. 우리도 반도체특별법을 제정해 예산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미국 등과 유사하지만 야당의 반대로 예산이 1조3000억 원에 불과하며, 세제 혜택도 거의 없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제도적 지원 면에서도 일본에 크게 뒤진다는 점이다. 일본 구마모토현 소재 TSMC 공장은 공사 기간이 원래 5년으로 예정됐었는데, 하루 24시간 365일 공사가 가능토록 해 공기를 20개월로 단축시켰다고 한다. 근로기준법상 주당 52시간 이상 근로하면 불법이고, 중대재해처벌법상 밤샘 근무 시 사망사고 등이 발생하기만 하면 발주사업주는 물론이고 건설사업주도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과거 삼성전자가 일본의 소니를 앞섰던 이유가 이제는 오히려 반대 상황이 된 것이다.

이는 자타가 공인했던 반도체 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이 이번 반도체 전쟁으로 일본이나 대만, 심지어는 EU에도 뒤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둘러 2가지 측면의 필승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의 예산과 제도 지원 전략이 동시에 수립돼야 한다는 뜻이다.

예산 측면에서는 미국처럼 반도체 기업에 대한 대규모 지원이 필요하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6일 인텔에 100억 달러(약 13조3000억 원) 이상을 지원키로 한 데 이어 19일에는 자국 반도체 기업인 글로벌파운드리스에도 약 2조 원을 지원키로 했다고 한다. ‘대기업 특혜’라는 이유로 예산 지원을 거부하는 우리나라 야당의 행태와는 크게 대비되는 미국의 반도체 전략이다.

제도적 측면에서는 국내 자본이든 외국 자본이든 국내에서 원하는 반도체 공장을 세울 수 있도록 기존 규제를 풀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3월 ‘첨단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15개 국가 첨단산업단지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그린벨트 규제를 완화해 첨단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전략도 내놨다. 이는, 그린벨트에 반도체 공장 설립을 허용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문제는, 가능한 한 수도권을 제외한 비수도권(지방)의 그린벨트를 많이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칫하면 ‘기업들이 원하는 곳’이 아니라, ‘정치권이 원하는 곳’에 반도체 공장 설립을 허용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설령 반도체 공장 설립을 정부가 허가한다 하더라도, 주민이나 환경단체의 거센 반대에 직면해 공장 설립을 추진할 수 없게 되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일본처럼 매일 24시간 공사를 계속해서 공기를 단축해 속도전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여기에 더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과 관련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도 검찰이 항소해 여전히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 만큼 글로벌 반도체 대전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삼성전자에 대규모 투자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어 보인다.

아무리 봐도 글로벌 반도체 대전에서 우리나라가 승리하기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더라도 대한민국의 운명이 달린 만큼 포기하지 않고 필승 전략을 세워 강력히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이기를 기대한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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