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제작 가능 초정밀 공작기계’ 러에 불법 수출 父子 ‘덜미’

부산세관, 155억 상당 적발
관세법 등 위반 불구속 송치

부산=이승륜 기자 lsr231106@munhwa.com

무기를 만드는 데 쓰일 수 있는 공작기계를 러시아에 밀수출한 부자가 검찰에 넘겨졌다.

부산본부세관은 관세법과 대외무역법 위반 혐의로 60대 A 씨와 그의 아들인 30대 B 씨를 불구속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들은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76회에 걸쳐 155억 원 상당의 공작기계 98대를 러시아에 불법 수출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러시아 전쟁으로 초정밀 공작기계에 대한 수출 허가를 정부로부터 받지 못하자 허가가 필요 없는 저사양 공작기계를 수출하는 것처럼 속였다. 이번에 불법 수출이 적발된 기계는 대량파괴무기 등을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어서 바세나르협약(WA), 핵공급국그룹(NSG)에서 통제하는 전략물자로 분류된다. 이런 품목은 국내 대외무역법에 따라 수출을 하더라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수출이 가능하다.

이들은 러시아행 수출 물품에 대한 세관의 단속이 강화되자 중국을 경유해 러시아로 우회 수출하거나, 키르기스스탄 등 러시아 주변국으로 수출하는 것처럼 위장한 뒤 운송 과정에서 러시아로 물품을 빼돌리는 수법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부산세관은 설명했다.

부산세관 관계자는 “지난 24일 개정된 ‘전략물자수출입고시’가 시행되면서 대러시아 수출통제 품목이 798개에서 1159개로 확대되는 등 러시아 관련 수출통제 품목에 대한 불법 수출 단속의 필요성이 보다 커지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주변국으로 우회 수출하거나 품명이나 목적국을 위장하는 불법행위에 대해 집중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