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든, 녹이든, 부수든… 내 사랑은 ‘초코초코’야[이우석의 푸드로지]

  • 문화일보
  • 입력 2024-02-29 09:00
  • 업데이트 2024-02-2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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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석의 푸드로지 - 초콜릿

15세기 콜럼버스가 카카오 전파
17세기 유럽전역에 퍼지며 인기

카카오 자체엔 당분 거의 없어
스트레스 해소에 각성효과까지
가공과정서 설탕·우유 등 첨가

궁합 잘 맞는 식재료는 ‘민트’
16세기부터 초코와 섞어 먹어


2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는 초콜릿(chocolate) 시즌이다. 이때쯤이면 가판대나 카페에 초콜릿이 자주 눈에 띈다.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라는 새로운 명절(?) 음식으로 초콜릿이 꼽히는 까닭이다. 로마 시대 신부였던 성 발렌티노의 축일을 기념해 연인들이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 기원이라 하는데, 정작 초콜릿은 머나먼 훗날에야 유럽에 상륙했다.

초콜릿 선물의 기원은 1861년 영국의 초콜릿 제조사 캐드버리(Cadbury)사가 기획한 광고 캠페인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어쨌든 160여 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도 이 마케팅은 여전히 유효하다. 초콜릿을 만드는 회사나 베이커리, 카페의 연중 매출이 이날 가장 크게 발생한다. 21세기 대한민국의 봄은 아직은 좀 이른 꽃이 아닌 달콤한 초콜릿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겠다.

초콜릿은 전 세계인으로부터 폭넓게 사랑받고 있는 음식이다. 자체만으로 디저트, 음료로 만들어 먹기도 하고 요리에 넣는 감미료로도 쓰인다. 쌉싸름한 맛까지 품고 있어 초콜릿의 활용도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각성 및 자양강장 효과도 있다. 처음 진한 초콜릿을 맛보면 그 맛과 효과에 괜히 즐거워지고 황홀해진다고 한다.

초콜릿을 프랑스에선 쇼콜라라 불렀고, 일본에선 쵸코레토, 국내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한자로 음차해 저고령당(貯古齡糖), 저구령당(貯口齡糖)이란 이름으로 알려졌다. 초콜릿은 커피와 비슷한 점이 많다. 카카오(cacao)라는 작물의 씨앗으로부터 얻어진다. 커피 체리에서 커피콩을 빼듯, 카카오 열매에서 씨앗을 뺀 것이 카카오콩(cacao bean)이다. 커피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시작해 세계인의 입맛을 정복했듯, 아메리카 대륙에서 건너온 초콜릿은 커피와 최고의 기호식품 자리를 놓고 경쟁했다.

아마존 유역이 원산지인 초콜릿은 세계를 정복한 신대륙 5대 작물 중 하나다. 감자와 옥수수, 고추, 토마토와 같은 신대륙 농작물인 카카오콩으로 만든 가공식품이 초콜릿이다. 카카오콩을 볶고 갈아내면 카카오 페이스트(cacao paste 또는 카카오 매스)가 되는데, 여기에 설탕·우유를 넣어 굳히면 초콜릿이 된다. 페이스트 상태를 압축해 지방을 뽑아내면 코코아, 뽑아낸 지방은 카카오 버터(cacao butter)라 한다.

초콜릿은 금세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아 주요 식재료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신대륙을 다녀온 콜럼버스가 카카오를 처음 유럽에 가져간 지 500여 년 만의 일이다. 처음엔 유럽에서도 쓴맛 때문에 먹기 꺼렸다. 유럽 탐험가(실은 정복자)들이 멕시코 상류층이 마시던 음료 쇼콜라틀(xocolatl)을 보고 이거다 싶어 들여왔는데, 쓰고 고추까지 넣은 터라 맵기까지 해서 인기가 없었다.

당시 멕시코에 살던 아즈텍인은 달랐다. 카카오콩을 화폐로 쓸 만큼 귀중하게 여겼다. 카페인과 테오브로민을 함유한 카카오콩에는 각성 작용과 자양강장 효과가 있어 순간적 기력회복에 탁월해 상류층은 소중한 돈(?)을 볶아 음료로 마시고 있던 셈이다.

기록상으론 콜럼버스가 15세기 말 멕시코 동부 유카탄 반도에서 카카오콩을 들여온 것이 최초이며, 16세기 중엽 아즈텍을 정복한 스페인 에르난 코르테스가 왕실에 전파했다고 전해진다. 17세기 들어 유럽 전역에 퍼질 만큼 인기를 끌었다. 피로해소, 각성 효과까지 있으니 곳곳에 초콜릿 가게가 생겨나는 등 크게 유행했다.

집에서도 초콜릿을 타서 먹을 수 있도록 분말 형태가 생겨났다. 19세기엔 고형화된 초콜릿도 발명됐다. 스위스인 앙리 네슬레는 분유를 넣은 밀크초콜릿을 처음 만들었다. 경쟁 식품인 커피보다 비싼 값을 받을 정도로 대대적인 초콜릿 붐이 일면서 전문 브랜드도 생겼다.

특히 휴대하기 좋은 초콜릿 바는 높은 열량과 각성, 자양효과를 인정받아 제2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미군 전투식량에 필수적으로 포함되기 시작했다. 당시 군납을 맡았던 허쉬는 2차 대전 기간 초콜릿 바 전투식량을 무려 30억 개나 보급했다 한다. 국내에도 일찌감치 들어왔다. 대한제국 황실은 서구와 문물을 교역하며 초콜릿 맛을 봤다. 일제강점기에는 메이지 식품과 구리코(글리코) 식품 등 일본 제품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유럽에서 만들어낸 초콜릿은, 지금도 유럽에서 가장 많이 소비된다. 지난 2015년 기준 국민 1인당 연산 초콜릿 섭취량 1위(9㎏)인 스위스를 비롯, 독일, 아일랜드, 영국, 노르웨이, 스웨덴 등이 초콜릿을 입에 달고 사는 나라다. 디저트 천국인 미국도 만만찮다. 연간 4.3㎏이나 먹는다. 한국인은 스위스인의 15분의 1에 불과한 600g 정도를 먹을 뿐이다.

초콜릿은 억울하다. 카카오콩 자체에는 지방이 좀 들었지만 자체 당분은 거의 없다. 하지만 초콜릿 제조 과정에 들어간 설탕 탓에 엄청난 단맛을 내, 비만과 충치의 원인으로 인식된 때문이다. 오히려 카카오엔 충치 예방 효과나 비만을 방지하는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들었다. 그래서 카카오 함량이 높은 다크초콜릿은 건강에 좋다는 의학계 보고도 있다. 스트레스 해소에 좋으며 각성 효과도 있다.

흔히 초콜릿 하면 얇은 네모 판에 사방 무늬로 칸을 나눈 것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데 이것은 판(solid) 초콜릿이라 불리는 종류. 이외에도 수많은 종류가 있다. 빈투바(bean to bar)는 카카오콩을 로스팅하고 분쇄해 납작한 바(bar) 형태로 만들어낸 수제 초콜릿이다. 동전이나 메달 등의 형태로 굳혀낸 몰딩(molding) 초콜릿, 술이나 견과, 과일 등을 넣은 셸(shell) 초콜릿(프랄린), 초콜릿 크림을 카카오 파우더에 굴려서 만든 트러플(truffe), 크림을 섞어 굳힌 초콜릿을 네모나게 잘라 만든 파베(pave) 등 종류가 수도 없다. 초콜릿은 다른 식품에 특유의 향과 맛을 가미하는 조미료(감미료)로도 즐겨 쓴다. 빵이나 케이크를 만들 때 초콜릿 칩으로 첨가하거나 뿌린다.

초콜릿과 궁합이 맞는 식재료 중에는 민트(박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호사가들 사이에 ‘민트초코 논쟁’이 줄곧 있어 왔는데, 사실 민트 초콜릿(Mint Chocolate)의 역사는 엄청나게 오래됐다. 카카오가 유럽에 전래한 16세기 초기에 이미 민트초코가 등장한다. 쓴맛의 카카오를 맛있게 먹기 위해 당시 유행하던 향신료 민트를 섞었다. 고체 형태 초콜릿이 만들어질 때도 바로 민트 첨가 제품이 나왔고, 제빙기가 발명돼 민트 아이스크림이 등장하면서 당장 초콜릿 칩이 섞여 들어갔을 정도로 오랜 금실(?)을 자랑한 궁합이다. 배스킨라빈스의 초기 메뉴(1945년)에 이미 ‘민트초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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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오랜 연륜을 자랑하는 ‘민트초코 커플’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선 논쟁의 중심에 올랐다. 그 맛을 부정하는 이들이 “왜 이따위 맛을 즐기냐”면서 상대방을 ‘민초단’이라 부르고 사문난적(斯文亂賊) 취급을 하면서 ‘맛의 호불호’ 논쟁에 대표적 메뉴가 됐다. 어찌 됐든지 ‘초콜릿 향기’란 듣기만 해도 기분 좋은 단어다. ‘신명절(?)’ 덕분에 초코 향으로 시작하는 2024년 봄을 맛본다면 틀림없이 달콤 쌉싸름하리라.

놀고먹기연구소장

■ 어디서 맛볼까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레더라의 고급 초콜릿.



◇레더라 = 스위스 초콜릿 업체. 가격대로 보자면 가장 고급 초콜릿을 파는 곳이다. 무슨 보석상처럼 g당 얼마씩 판매하는데 조금씩만 골라도 돈 만 원이 훌쩍 넘어간다. 그래도 좋다. 입안의 호사다. 기존 초콜릿에 대한 상식을 깰 만큼 맛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초콜릿 음료도 있다. 초콜릿 향을 가득 머금은 따끈한 스위스 클래식 한 잔은 단숨에 미각과 후각을 매료시킨다. 서울 중구 세종대로 136 서울파이낸스센터 지하 1층. 6500원.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딘타이펑의 초콜릿 샤오룽바오.



◇딘타이펑 = 대만에서 가장 유명한 만두집(딤섬 레스토랑)의 ‘초콜릿 샤오룽바오(小籠飽)’라니. 원래대로라면 얇은 만두피 안에서 툭 터져 나오는 육향을 만끽하는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인데, 따끈한 초콜릿이 들었다. 딤섬과 면을 먹고 난 후 디저트 메뉴로 딱이다. 찐빵에 초콜릿이 든 초콜릿 바오(飽)도 있다. 서울 중구 명동7길 13 명동증권빌딩 2층. 5000원. 밸런타인 세트 1만1000원.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고디바의 초콜릿 아이스크림.



◇고디바 카페 = 면세점 등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벨기에 초콜릿 브랜드다. 매우 진한 초콜릿 아이스크림이 인기 메뉴. 와플콘에 가득한 다크 초콜릿은 미각에 무심한 온도에도 불구, 강렬한 단맛과 진한 초콜릿 풍미를 품었다. 녹는 그 순간까지 혀에 달콤 쌉싸름한 맛의 풀을 바른 듯 지워지지 않는다.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159. 7800원.

◇레오니다스 = 벨기에 고급 초콜릿 전문점이다. 판초콜릿부터 형형색색의 몰딩 초콜릿까지 마치 보석 같은 초콜릿을 예쁜 케이스에 담아 판매한다. 외국인에게도 소문나 외국인 관광객의 여독을 풀어주는 휴게소 역할을 한다. 15구가 든 유럽식 집 모양 초콜릿을 샀는데, 무엇부터 맛볼까 고민했다가 그냥 공평하게 다 먹어버리고 말았다. 서울 중구 명동길 62. 15구짜리 행복한 집 세트 3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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