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안보 우산’ 의존하던 EU, 무기 자급자족 20 → 50% 추진

■ 2조원 규모 방위산업전략 발표

우크라전·트럼프 복귀 불안감
회원국 이견·재원부족에 난망

유럽연합(EU)이 오는 2030년까지 유럽산 무기 비중을 절반으로 늘리는 방산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11월 대선 승리 가능성 등 유럽 내 안보 불안감 확산에 따른 조치다. 하지만 부족한 재원과 함께 일부 회원국이 안보 기밀 누출을 이유로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 실제 목표치를 달성할지는 미지수다.

EU 집행위원회는 5일 유럽방위산업전략(EDIS)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27개 회원국 국방 조달 예산 50%의 EU 내 지출을 목표로 제시했다. 미국 등 제3국 수입 의존도를 낮추며 ‘무기 자급자족’을 이루겠다는 취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EU 무기 중 수입 비중은 80%로 급증했다. 티에리 브르통 EU 내수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EDIS가) 미국과 한국 방산업계에 안 좋은 소식일까? 그건 나도 모르겠다”면서 “우리가 아는 건 필요한 것을 생산하는 역량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브르통 집행위원은 특히 “우리는 좀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특히 탄약과 관련해서는 지금 미국도 필요한 만큼을 제공할 수 없다”며 “우리 스스로 생산해야 한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곧 방어 대비 태세이자, 전략적 자율성이라 부르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EU가 무기 자급자족을 달성하기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재원 부족이다. EU 집행위는 방산업계에 대한 각종 인센티브 지원 등을 위해 2025∼2027년 예산안 중 15억 유로(약 2조 원)를 활용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실제론 최소 1000억 유로(약 145조 원)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EU 집행위 주도로 이뤄지는 EDIS 구상에 회원국들이 호응할지도 미지수다. 방위산업은 각국의 안보 기밀과 직결되는 특수 분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EU 조약상 공동예산을 활용한 무기 직접 구매가 금지됐으며, EU 군대도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 일부 회원국은 방산 육성 전략 추진으로 EU 집행위에 권한이 집중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으로 전해졌다.

나토 내부에선 차기 나토 사무총장 인선을 두고 서유럽국과 동유럽국 간 갈등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헝가리가 유력한 차기 나토 사무총장으로 거론되는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를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날 페테르 시야르토 헝가리 외교장관은 “뤼터 총리를 차기 나토 사무총장으로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뤼터 총리는 미국을 비롯해 영국과 독일 등의 지지를 받고 있는 반면 헝가리와 불가리아 등은 같은 동유럽권인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 현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의 후임으로 임명되기 위해선 31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찬성이 필요하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