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한덕수 총리, 첨단전략산업위원회 발언 한덕수(오른쪽 다섯 번째) 국무총리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 회의에서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 육성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일본·EU 등 천문학적 보조금
기업·인력들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정부, 육성책 잇따라 내놓지만
인허가 단축·세제혜택만으로는
산업 경쟁력 강화하기 역부족
정부가 27일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종합지원방안’을 비롯해 윤석열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를 통해 올해 들어서만 수차례 반도체 산업 지원 방안을 내놨지만, 천문학적 규모의 보조금으로 기업과 인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경쟁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쩐의전쟁’이 ‘뉴노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인허가 기간 단축이나 소폭의 세액혜택 수준만으로는 우리 경제의 명운을 쥐고 있는 반도체 산업 경쟁력의 후퇴가 불 보듯 뻔하다는 우려가 크다. 산업계와 학계 등은 우리 반도체 산업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벗어나도록 지금이라도 직접 보조금 지원에 대한 공론화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날 종합지원방안의 핵심은 △공공기관과 국비를 통한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집중 구축 △재정지원 기준 마련 △생태계 구축 지원 등으로 요약된다. 정부는 이번 방안을 포함해 연초부터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육성 방안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지만 ‘결정적 한 방’이 없다는 게 산업계 반응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도 전폭적인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밝혔지만 보조금 지원 검토 여부 등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신속한 인허가 시스템과 물·전기 등 인프라 지원은 물론이고, 각국이 수십조 원의 반도체 보조금으로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선 만큼 타국과 같은 수준의 보조금 지급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종주국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너도나도 대대적인 보조금 지급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의 경우 반도체 생산 및 연구·개발(R&D) 보조금으로 527억 달러(약 70조 원)를 지원키로 했다. 일본도 자국에 지어지는 대만 TSMC 제1공장에 투자액의 절반에 가까운 4760억 엔(약 4조 원)을 제공한다. 중국 역시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며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고, 유럽연합(EU)도 최근 보조금 경쟁에 가세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 지원 예산을 1조3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배로 늘리고, 투자 세액공제율을 15% 수준으로 두고 있는 수준이다. 그나마 올해 말 예정된 세액공제가 끝나면 이마저 쪼그라들게 된다. 정부는 일몰 기한을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도 고심이 크지만 ‘특정 기업 특혜’ 우려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 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만 유독 ‘대기업 퍼주기’ 프레임이 씌워진다”며 “정치권도 정치 논리로만 접근하지 말고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명운이 걸린 시기임을 숙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진·전세원·이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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