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카드’ 만지는 초강경 의협… 31일 분수령 될 듯

■ 임현택 회장, 연일 대정부 압박

회장단 회의 열고 투쟁방안 논의
전공의 면허정지땐 총파업 예고
개원의 파업 동참률 최대 변수로

임 “윤 대통령, 전공의와 대화를”

강경파 신임 회장이 당선된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대 2000명 증원에 반발해 대정부 투쟁 수위를 높일 것을 예고하면서 전공의, 의대 교수에 이어 개원의들이 집단행동에 나설지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임현택 의협 신임 회장은 전공의와 의대생, 의대 교수 등 한 사람이라도 다치면 총파업하겠다면서 정부와의 대화 조건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보건복지부 장·차관 파면을 내세웠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임 신임 회장이 정부가 사실상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내세워 총파업 명분을 쌓고 있다고 보고 있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임 신임 회장은 오는 29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의협은 31일에는 전국 16개 시도 회장단 회의를 열고 향후 투쟁 방안도 논의한다. 임 신임 회장은 당선과 동시에 총파업을 예고했다. 그는 당선 직후 취재진에게 “면허정지나 민·형사 소송 등 전공의와 의대생, 병원을 나올 준비를 하는 교수 중 한 명이라도 다치는 시점에 총파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그런 주장은 의사집단이 법 위에 서겠다는 것”이라며 “법을 위반한 행위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는 원칙에는 변화가 없다”고 일축했다. 연일 윤 대통령도 압박하고 있다. 의협은 윤 대통령이 직접 전공의들을 만나 결자해지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임 신임 회장도 이날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이번 사태에서) 근본적인 책임이 있는 사람은 윤 대통령”이라며 “윤 대통령이 (전공의들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개원의 단체인 만큼 총파업 시 관건은 개원의 참여율이다. 지난 2020년 의대 증원 총파업 당시에는 개원의 참여율이 6∼8%에 그쳤다. 이번 집단행동에서도 각자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개원의들은 단기간만 파업하거나 정상 진료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야간·주말 진료를 축소하고, 법정 근로시간에 맞춰 주 5일 40시간만 진료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4년 전과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한 의사집단의 반감이 극에 달해 총파업 참여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임 신임 회장이 의정 갈등 국면에서 의협 입지를 키우기 위해 총파업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주요 상급종합병원은 교수들이 ‘주 52시간 진료’에 돌입하면서 응급실 기능마저 약화되고, 암 환자조차 진료 예약을 못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대부분 대학병원이 다른 병원의 전원 문의를 거의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주 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대학병원들이 암 환자라도 진료 예약을 전혀 받고 있지 않다”며 “중증 환자 진료에 차질 없다고 말했지만 새로 암 진단받은 사람들도 2차 병원 가라고 내모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 ‘빅5’ 병원 교수는 “일부 과에서는 이미 외래 날짜를 줄였다”며 “주 40시간만 근무하면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권도경·노지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