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고령층 경제활동 증가의 희망과 도전[문화논단]

  • 문화일보
  • 입력 2024-03-2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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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장

2월 고용동향을 보면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이 청년·중장년·고령층 전 연령대에서 고르게 상승하고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30대는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고용률뿐만 아니라 취업자 수도 늘었다. 극심한 침체 후 첫해에 나타나는 회복 현상을 넘어서 3년째 고용지표가 강한 복원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제조업과 건설업 취업자가 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매우 긍정적 변화를 보이는 총량지표 안에 숨은 구조적인 변화와 다른 지표를 결합해서 보면 향후 고용정책 방향에 시사하는 바가 가볍지 않다.

팬데믹19 이전에는 고용률(15∼64세 기준)이 1%포인트(p) 증가하는 데 3년 걸렸다. 2022년에 고용률이 2.0%p나 증가한 것은 팬데믹 회복 첫해여서 예외라고 하더라도, 2023년 2월 고용률이 전년 동기 대비 0.58%p 증가하고 지난 2월에 0.74%p 증가한 것은 팬데믹 이전과 달리 강한 일자리 창출력이 지속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에는 고용률 70%를 거뜬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과 고연령자의 경제활동 증가 추이도 고무적이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상쇄하는 여성·고령자의 경제활동 참여가 요청되는 상황에서 여성 경제활동은 10여 년 전, 고연령자 경제활동은 5년 전부터 현저히 늘고 있다. 2023년 상반기 취업자 증분(37.1만 명) 중 여성이 92.5%(34.4만 명)였다. 지난 2월에도 전체 취업자수 증분(32.9만 명)에서 여성(24.6만 명) 비중은 74.8%였다. 그 결과 3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70.0%였다. 하지만 이 3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여 증가가 출산율의 현저한 감소와 함께하는 현상은 큰 도전이다. 여성 경제활동 증가가 ‘일’과 ‘자녀 갖기’를 조화시키기보다 ‘일’과 ‘자녀’ 중 일을 택한 결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자녀와 함께하는 가정이 행복의 한 조건이라는 인식 공유와 함께 법정근로시간 단축, 육아휴직제 도입을 넘어 출산육아기에 파격적으로 재택근무가 가능한 일·가정 균형을 도모하는 기업 문화가 확산돼야 함을 시사한다.

우리나라에서 고연령자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은 것은 그간 사회보장 제도가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부정적 해석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우리나라 고령인은 노후를 위해 노동시장에 참여하려는 경향이 서구에 비해 현저히 높다. 건강만 뒷받침된다면 활력 있는 노후를 위한 중요한 요건을 경제활동으로 생각하는 고연령자가 많다는 뜻이다. 이는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기 힘든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우리 사회에는 긍정적 요인이다.

하지만 일단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면 왕성하게 학습하던 시기에 축적한 숙련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일자리에 가서 일하는 사람이 70%에 이른다. 이는 우리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낮은 원인이기도 한데, 최근 10년간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과거 추세에 비해 더 급격히 둔해진다는 점에서 유심히 봐야 할 현상이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일터혁신사업을 내실화하고 지속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근속에 따른 임금 증가 폭을 개선하는 임금 체계 개선이 불이익하게 근로조건을 변경하는 것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노사와 함께 입법부가 제도를 개선하고 사법부도 지혜를 모아야 한다.

우리 노동시장 규범이 개선돼야 한다는 점에는 대부분 공감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보기 어렵다. 고용동향 지표가 보여주는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그것이 함의하는 도전의 내용과 극복 방안을 적극적으로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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