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병원 의료진의 고귀한 헌신과 사명감[문화논단]

  • 문화일보
  • 입력 2024-03-29 11:35
  • 업데이트 2024-03-2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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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

“열심히 공부해서 꼭 훌륭한 사람이 되거라.”

한 소년을 의사로 이끈 한마디이다. 소년의 아버지는 6·25전쟁 때 지뢰에 팔다리를 다쳤고, 한쪽 눈을 잃은 국가유공자이다. 소년은 어린 시절부터 축농증을 앓고 있어 국가유공자 가족에게 주어졌던 ‘의료복지 카드’를 들고 여러 병원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치료는커녕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이학산’이라는 외과 의사를 만나게 됐고, 그는 소년이 조심스레 내민 의료복지 카드를 보고 “아버지가 참으로 자랑스럽겠구나!” 하는 말과 함께 치료비도 받지 않고 정성껏 치료해 주었다.

이 감동적인 이야기의 주인공은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김사부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이국종 교수로, ‘환자는 돈 낸 만큼이 아니라, 아픈 만큼 치료받아야 한다’는 의사로서의 신념을 실천하고 있다.

필자에게도 인생을 바꾼 한마디 말씀이 있다. 1998년 모교의 경영학 교수가 됐을 당시 몇 안 되는 여성 경영학자로서 학회 등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맡아야 했다. 많이 부담스러웠고, 강의와 가정을 위해 일부 사회적 역할을 정중히 사양하던 내게 한 동료가 한마디 말씀을 건넸다. “우리 사회에서 아무나 쉽게 될 수 없는 대학교수에게 대학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는 변화의 리더로서 사회적 차원의 역할이 요구되는데, 강 교수님은 개인적인 성공이나 가족 등 개인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동료의 이 말씀은 필자의 뇌리에 충격적으로 다가왔고, 결국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 이를 계기로 내가 받은 모든 것이 한 개인 차원에서 주어진 기회와 책임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렵더라도 그것을 넘어서 사회적·국가적 차원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내게 사회적으로 더 의미 있고 영향력 있는 역할을 기대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숙명여자대 총장직도 수행했고, 지금 국가보훈부 장관 역할도 받아들였다.

242만 보훈가족을 예우하고 이분들의 명예와 권익을 지키는 막중한 책무를 맡은 지금,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하신 국가유공자 분들께 보훈이 가장 자랑스럽고 명예로운 것이 돼야 한다’는 것이 국가보훈부 장관으로서 신념이다. 이런 차원에서 최근 의료계의 집단 휴진으로 보훈병원 진료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은 대단히 우려스럽다. 대다수 전공의가 진료를 멈춘 상황에서 그 빈자리는 기존 전문의와 진료지원 간호사 등으로 대체하고 있지만, 의료진의 피로도 증가 등으로 이어질 것이고, 이 피해는 고스란히 보훈병원에 입원한 국가유공자 분들께 가게 된다.

필자의 말 한마디가 여러분의 마음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오기를 소망하면서,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국가유공자 분들이 아픈 만큼 치료받음으로써 건강하고 명예로운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것은 국가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도리입니다.”

국가보훈부 장관으로서, 보훈병원 전공의들에게 국가유공자 분들의 건강한 삶을 보살피는 의사로서의 사명과 책무를 가장 우선해 주기를 간절히 당부한다. 부디 업무에 복귀하여 국가유공자 분들이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주기를 고대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신 분들에게 보훈이 더욱더 자랑스럽고 명예로울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국가유공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전국의 보훈병원 의료진에 깊이 감사드린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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