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아이 사망… 병원 11곳, 아이 안 받은 게 아니라 못 받았다

  • 문화일보
  • 입력 2024-04-0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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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대학병원 병상·전문의 부족
의료 격차·필수의료 취약 ‘민낯’ 드러나


권도경 기자, 청주=이성현 기자

지난달 30일 충북 보은에서 물웅덩이에 빠졌다가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33개월 여아 A양이 3시간여 만에 숨진 가운데 전원을 요청받은 지역 내 대학병원들이 병상과 인력이 없어 환아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가 일어난 충북 지역은 소아 전문 응급 의료센터와 소아외과 전문의가 없는 필수의료 취약지로 꼽힌다. 이번 사건을 통해 의사 부족으로 소아 응급 체계가 무너진 지역 의료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4시 30분 충북 보은군 보은읍에서 A양이 농막 옆 1m 깊이 물웅덩이에 빠졌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A양은 심정지 상태로 119 구급대에 의해 20분 후 보은군 B 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처치를 받고 맥박이 돌아왔다. 추가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B 병원과 응급구조대는 충북 1곳, 대전 4곳, 세종 1곳, 충남 2곳, 경기 3곳 등 대형병원 11곳에 전원을 요청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사이 A 양은 오후 7시쯤 다시 심정지에 빠졌고 40분 후 최종 사망판정을 받았다. 대전 한 대학병원이 오후 7시 25분 전원을 받아줬지만 A 양은 결국 이송되지 못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지역 의료와 소아 응급의 열악한 수준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기와 충청권 대형병원 9곳은 전문의와 병상이 부족해 A양을 수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대학병원 중 소아 중환자실을 운영하는 병원은 13곳이다. 중증 환아 수가가 낮아 병원들이 소아 중환자실 투자에 인색했던 탓이다. 매년 2만 명이 넘는 소아 중환자가 발생하지만 병상이 없어 절반가량은 성인 중환자실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지역을 살펴봐도 소아 응급의료 센터는 1곳도 없다. 충북지역 대학 병원에는 소아외과 전문의도 없다. A양이 최초 이송된 보은 B 병원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도 없었다. 충북 괴산군에서는 지난해 소아과 진료가 4년 만에 재개됐다. 충북 단양군에도 응급실을 갖춘 병원이 없다. 이에 주민들이 병원을 찾기 위해 시도경계를 넘나드는 일이 잦은 편이다. 정부가 지역거점병원인 충북대 의대에 기존보다 4배로 많은 의대 정원(200명)을 배정한 것도 ‘무의촌’이 많은 지역의료 안전망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의 일환이다. 충청권으로 확대해도 소아중환자실을 운영하는 병원은 대전과 세종에 있는 충남대병원 2곳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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