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저작권법 정비 서두를 때다[문화논단]

  • 문화일보
  • 입력 2024-04-0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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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인공지능(AI)이 음악과 책, 심지어 영상도 만드는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을 무한 확장하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드라마는 AI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어린 시절 사진 여러 장으로 주연배우의 아역 얼굴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가수 아이유의 목소리를 학습한 AI가 만들어낸 ‘아이유가 부른 밤양갱’이 인터넷에서 큰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명과 암은 항상 함께 존재한다. AI는 한편으로는 인간을 돕는 도구이지만,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생계를 위협하는 경쟁자 또는 활용해선 안 될 ‘반칙’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AI 기술이 실생활로 다가옴에 따라 세계 각국도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행정명령을 통해 AI 생성 콘텐츠를 감지하고 이를 표시하는 워터마크에 대한 안내(가이던스)를 마련토록 했다. 유럽연합(EU)은 AI법안(AI act)을 지난 3월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여기에는 AI 모델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의 정보를 충분할 정도로 상세하게 요약해서 일반 공중에게 제공해야 하는 내용과 AI 모델 제공자는 권리자가 명시한 권리의 유보를 확인하고 이를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AI 시대에 발생할 저작권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각계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를 발간했다. 이 안내서를 통해 AI 사업자와 저작권자 그리고 이용자가 생성형 AI를 사용할 때 유의할 사항과 저작권 등록에 관한 내용 등을 설명했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문체부는 지난달에 학계·법조계와 AI 기업, 저작권자 및 기술산업계 전문가로 구성된 ‘2024 AI―저작권 제도개선 워킹그룹’을 발족했다. 이번 워킹그룹에서는 AI가 저작물을 포함한 데이터를 학습하는 ‘학습’ 단계와 이미지나 텍스트, 영상 등을 산출하는 ‘산출 및 이용’ 단계로 세부 분과를 나누어 더 깊이 있는 논의를 계속해서 진행할 예정이다.

워킹그룹은 첫째, 저작물을 AI가 학습할 때 어떠한 적절한 보상 등을 통해 이용 권한을 확보할 수 있을지 논의한다. AI 산업 발전과 함께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할 방안들을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살펴볼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EU에서 법제화하는 AI 학습 데이터의 출처 표시나 목록 공개 등을 우리나라도 도입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이다. 또한, 최근 AI 커버 곡의 등장과 함께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는 AI 산출물 표시 제도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인간이 창작한 저작물과 AI 산출물의 구분을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 무엇인지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AI 기술은 이미 문화와 예술 그리고 콘텐츠 업계에까지 깊이 들어왔고, 인간의 창작물과 유사한 산출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 만큼 AI가 만든 산출물에 대해 법적으로 보호할 것인지도 함께 논의할 것이다. 이와 함께 AI 산출물을 편집저작물로 등록할 때, 그 요건과 범위 등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향후 정책 방향을 마련할 예정이다.

AI의 등장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창작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AI가 인간 창작자의 일자리를 뺏고 결국 문화 예술 활동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견하는 사람도 있다. AI가 인간의 도구라면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아직 우리의 손에 달렸다. 더 늦지 않게 창작자의 권리를 보장하면서 AI가 주는 이로운 점을 슬기롭게 잘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AI 시대에도 다양한 창작 활동으로 문화 및 관련 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저작권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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