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한국시장 장악용 실탄 보강… 중국기업엔 1.9조 퍼주며 진출 독려

■한국법인 334억 자본금 증자

1분기 월평균 이용자수 119% ↑
쿠팡 등 국내 e-커머스 모두 제쳐

입점수수료 면제 등 파격 마케팅
국내 유통인력 대거 영입하기도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C-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알리)가 한국 법인에 역대 최대 규모의 자본금 증자를 단행한 것을 두고 2단계 한국 사업 확대 전략을 구체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알리가 예정대로 연내에 한국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짓고 배송 기간을 대거 단축해 이제는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 공략에 직접 나서겠다는 의지를 확실시한 것으로 유통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알리는 이미 유통 전문 인력을 대거 영입하며 ‘인력 블랙홀’로 떠오른 상황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알리는 지난해 말 한국 상품 전문관인 ‘케이베뉴’(K-venue)를 개설, 국내 제조 대기업을 무더기로 입점시키는 등 한국 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모양새다. 게다가 알리 중국 본사는 최근 100억 위안(약 1조9000억 원) 규모의 보조금을 투입해 현지 제조·유통업체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지금보다 더 많은 중국발(發) 초저가 상품이 국내로 쏟아져 유통·제조 생태계가 무너질 것이란 지적도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 들어 알리 이용자 수는 이미 국내 주요 e커머스 업체들을 속속 넘어선 상황이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의 올해 1분기 월평균 이용자 수는 807만6714명으로 지난해 1분기(368만4594명) 대비 119% 증가했다. 국내 온라인 유통 1위 기업인 쿠팡을 제외하고 11번가(745만2003명)·티몬(367만1965명)·위메프(348만6743명) 등 다른 국내 e커머스 업체를 순식간에 제쳤다. 알리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입점하는 국내 식품·화장품 등 제조사들도 늘고 있다. ‘마데카솔’로 유명한 동국제약, 제주삼다수의 소매판권을 가진 광동제약이 입점·판매 수수료를 내지 않는 조건으로 입점했다.

알리가 최근 국내 유통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직원을 대거 영입하면서 ‘인력 블랙홀’이 되고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미 국내 주요 e커머스 업체에서 상품기획(MD)·마케팅·영업·개발 등을 맡던 직원 다수가 알리에 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는 유통업 경력자뿐 아니라 법적 문제를 담당할 변호사와 지식재산권 분야의 전문가 채용도 진행하고 있다.

알리가 침체에 빠진 중국 내수시장 대신 현지 제조·유통업체들을 해외로 진출시키기 위해 대규모 보조금을 투입한 점도 국내 산업계에는 악재다. 중국 판매자(셀러)들이 막대한 보조금을 등에 업고 한국에 저가 상품을 쏟아내면 가격 경쟁력이 약한 국내 중소 제조업체들은 순식간에 고사할 우려가 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의 핵심은 양질의 상품과 판매자 확보”라며 “알리가 더 많은 국내외 판매자를 확보하게 되면 국내 제조·유통업체 생존은 더욱 힘들 것”이라고 토로했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