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대에 2000만원 보장? 금감원, 암보험 경쟁에 제동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경. 연합뉴스

보험사들이 갑상선암·기타피부암 등 유사암·소액암 진단비를 20배가량 더 많이 주는 상품을 내놓으며 과열 경쟁을 벌이자 금융당국이 제지에 나섰다. 향후 보험사와 소비자간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높다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려는 보험사들의 시도가 제한돼 상품 혁신이 저해될 수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롯데손보 등 손보사들은 유사암 진단비는 2000만원을 보장하고, 일반암 진단비는 백만∼수백 만원 대에서 지급하는 암보험 상품을 판매했다.

일반적으로 암보험 상품은 유사암의 경우 일반암 진단비의 10∼20%만 지급해 왔다. 그러나 최근 보험사들은 위암 등 일반암은 진단비를 100만원으로 유지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발병률이 낮은 두경부암 등의 진단비를 1억원으로 설정하고, 유사암 진단비를 이의 20%인 2000만원으로 설정하는 꼼수를 썼다. 그러면서 ‘유사암 2000만원 플랜’, ‘단돈 만원대에 유사암 2000만원 보장’ 등의 문구를 쓰며 판매했다. 이들 상품은 기존 암보험보다 훨씬 적은 돈을 내고 발병률이 높은 유사암에 대한 보장을 받을 수 있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끈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보험사들의 과열 경쟁으로 손해율이 높아지면 회사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향후 소비자들에 대한 불완전판매 이슈도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 문제로 꼽힌다. 금감원 관계자는 “암 하나의 진단비를 올려놓고 이의 20%를 유사암 진단비로 설정한다는 것은 기존 권고사항 취지에 맞지 않는 것”이라며 “이런 의견을 판매사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앞서 2022년에도 보험사들의 유사암 진단비 과열경쟁이 일어나 금감원이 유사암 진단비 가입 한도를 합리적으로 운영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금감원 지적에 따라 판매사들은 유사암 플랜을 26일까지만 판매하기로 했으나, 업계 일각에서는 감독당국의 개입이 보험사들의 상품 개발 의지를 꺾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이번 상품은 시장 포화에 따라 기존보다 보험료를 저렴하게 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을 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상품 개발 의지가 꺾이면 오히려 보험 소비자 서비스 혁신 경험이 뒷걸음질 한다”며 “한 상품을 막아도 비슷한 경쟁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동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