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중 ‘협력 초심’ 재확인 의미 크다[시평]

  • 문화일보
  • 입력 2024-05-28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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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3국 정상회의 계기는 3국 FTA
정치적 이유로 당초 목적 표류
문화 교류 합의는 限韓令 완화

미중 경쟁 속 한중 관계 재설정
외교안보 및 공급망 채널 중요
국회 차원의 초당적 지지 필수


26∼27일 열린 한일중 3국 정상회의는 글로벌 및 동북아 정세에 비춰볼 때 그 의미가 적지 않다. 우선, 개최 경위에서부터 윤석열 정부의 이니셔티브가 돋보였다. 지난해 9월 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아세안(ASEAN) 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리창 중국 총리에게 개최 의지를 전했고, 27일 항저우아시안게임 개막식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호응을 얻어냈다. 올해로 ‘예정’돼 보이기만 했던 회의가 마침내 열린 것이다.

회의 결과를 봐도 그렇다. 공동선언이나 한일, 한중 양자 회담에서 일궈낸 성과로 한국의 외교적 입지와 위상이 견고해졌다. 의장국인 우리 정부 주도 아래 작성된 공동선언문은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잊혔던 한일중 3국 회의의 본래 목적과 취지를 상기시켰고, 변화된 정세 속에서의 미래 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한일중 자유무역협정(FTA) 논의 재개와 가속화를 공동선언문에 선명하게 담아낸 것은 정부 외교 능력을 보여준 성과다. 3국 정상회의가 출범했던 2008년과 그 전신이 발족했던 1998년의 아세안+3 때를 상기하면 된다. 본래의 동기와 목표가 3국의 FTA 체결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치적인 이유로 답보 상태를 면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양자 간의 FTA 체결이 선행됐다. 한중 양국이 FTA를 체결하는 데 먼저 성공했으나, 그 여파는 한일과 일중 간의 논의에 미치지 못했다. 게다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2022년에 먼저 발효되면서 한일중 3국이 모두 참여하는 FTA라는 큰 우산이 대신 씌워졌다. 간접적인 FTA 관계가 3국 간에 형성되면서 실질적인 논의로 이어질 수 있는 발판으로 기대됐다. 이번 기회에 정부는 시의적절하게 한일중 3국 정상회의의 궁극적인 목표를 공동선언문으로 상기시키는 데 성공했다.

또 하나의 성과는, 2025∼2026년을 ‘한일중 교류의 해’로 지정한 것이다. 동아시아 문화도시, 3국 예술축제, 3국 문화콘텐츠산업포럼 등과 같은 문화 행사 개최에 합의했다. 특히, 한중 간에 2016년 사드 사태 이후 단절됐던 문화예술 방면 교류 재개가 가능해졌다. 사드 사태 이전에 한때 성행했던 한중과 한일중 합동 공연 등과 같은 예능 활동을 여기서 상기할 수 있겠다. 당시 서울과 베이징을 한중 양국 예능인들이 오가며 대형 공연을 펼쳤다. 이런 의미에서 문화예술 교류 기회는 ‘한한령(限韓令)’을 간접적으로나마 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3국 청소년의 상호 인식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공동선언문은 정부 차원의 3국 어린이동화교류대회, 주니어종합경기대회, 대학생 외교 캠프, 청년 공무원 교류 프로그램 등을 지속 운영하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3국 지도자들은 3국협력사무국(TCS)이 운영해 온 청년정상회의, 청년대사(大使) 프로그램, 청년지방지도자 교류 프로그램 등의 가치와 의미를 높게 평가하면서 이의 지속적인 지원에 합의했다.

정상회의 기간에 한중회담의 결실도 고무적이었다. 외교·안보 전략대화, 1.5트랙 대화와 외교차관대화의 신설 또는 재개에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양국은 경제안보 분야에서 협력 강화의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했다. 가령, 2011년 이후 중단된 ‘한중 투자협력위원회’의 재개에 합의했다. 다음 달 초에는 FTA 수석대표회의를 열어 FTA 후속 협상을 다시 활성화하기로 했다. 또한, 오는 하반기에 ‘한중 공급망 협력·조정 협의체’ 개최, ‘한중 공급망 핫라인’ 수시 가동, ‘한중 수출통제 대화체’ 출범에 동의했다. 이로써 원자재와 핵심 광물의 수급 등 안정적 공급망 관리를 위한 양국 간의 협력 기반을 마련했다.

이제 3국 공동선언과 한중 양자 회담의 내용이 실행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미중 전략 경쟁의 심화 속에서 한미일 관계 강화를 기반으로 한중 관계를 상호 존중과 상호주의 원칙에서 견고하게 만드는 일이 더없이 중요하다. 적지 않은 난관도 예상된다. 북핵과 신냉전 조짐 등으로 인해 안보·정치 상황과 경제 교류가 완전히 별개로 움직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새로운 한중 관계 정립이 절실하다. 정부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제22대 국회도 일련의 사업을 초당적으로 지지하고 지원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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