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조사 받던 ‘이팀장’ 어떻게 수갑 없이 도주? 규정 봤더니… “도주 우려 현저해야 수갑”

  • 문화일보
  • 입력 2024-05-29 10:54
  • 업데이트 2024-05-2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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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경복궁 담벼락 낙서’를 사주한 혐의를 받는 ‘이팀장’ 강모(30) 씨가 조사 받던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의 모습. 뉴시스



조사할 때는 수갑·포승 해제가 원칙
인권위, 수갑 채운 경찰에 “인권침해”


‘경복궁 담벼락 낙서 테러’를 지시한 혐의로 구속된 ‘이팀장’ 강모(30) 씨가 경찰 조사를 받던 중 수갑을 하지 않은 채로 담배를 피우다 도주한 사건을 계기로 경찰 조사 중 수갑 사용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현행 범죄수사규칙 상 피의자를 조사할 때는 수갑이나 포승을 해제하는 게 원칙이다. ‘자살·자해·도주·폭행의 우려가 현저한 사람’으로서 담당자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예외로 한다고 정하고 있지만, 도주 우려의 현저성을 판단할 수 있는 별도의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다. 강 씨처럼 조사 중 실외로 담배를 피우러 나가는 경우를 상정한 규정도 따로 없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2월 피의자에게 수갑을 채우고 조사한 경찰에 ‘인권침해’라며 주의 조치를 권고하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자해·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고 수갑을 채웠지만, 인권위는 “여러 건의 범죄 경력이나 최근의 범죄가 있다고 해서 도주 우려가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강 씨 역시 사건 당일 조사를 받을 때나 휴식을 취할 때 수갑을 차지 않았다. 일선 경찰서에서도 조사 시 대부분 수갑을 사용하지 않는 흐름이다. 서울 시내 한 경찰서 형사과장은 “자·타해 우려가 있는 예외적인 경우 외에는 조사 중에 수갑을 푸는 것이 원칙”이라며 “그 장소 내에서 잠시 쉰다면 굳이 다시 채우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서 형사팀장은 “구속수사라 하더라도 피의자를 조사할 때나 담배 등 휴식 시간을 줄 때는 수갑을 풀어주는 편”이라며 “체포했더라도 인간적인 대우를 해 줘야 진술에 협조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피의자 도주를 막기 위해선 수갑 등 장구류 사용을 포함해 보다 구체적인 방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경찰이 수갑 사용에 신중한 이유는 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지만, 조사 중에는 그럴 우려가 없고 범죄자의 도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경찰도 주어진 범위 내에서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씨는 지난 18일 오후 1시 50분쯤 서울 종로구 옥인동에 있는 서울경찰청 자하문로 별관 1층 사이버수사대 조사실에서 조사를 받다가 쉬는 시간을 틈타 도주했다. 강 씨는 담배를 피우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수사관 2명의 감시하에 담배를 피웠다. 강 씨는 당시 수갑을 차지 않고 있었고, 돌연 울타리를 뛰어넘어 도주했다. 강 씨는 도주 1시간 50분 만인 오후 3시 40분쯤 인근 교회 2층 옷장에 숨어있다 검거됐다.

조재연 · 김린아 기자
조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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