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 알몸수색·성추행 맥도날드 56억원 배상

미국의 패스트푸드체인 맥도날드가 여직원 알몸수색 등 심각한 인권침해를 방치했다는 이유로 거액을 배상하게 됐다. 특히 회사 측이 여직원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옷을 벗기고 구타를 했으며, 심지어 성추행을 했던 정황이 낱낱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켄터키주 순회법원 배심원단은 회사 측의 과실로 알몸수색 등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루이스 오그본(21)이 맥도날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회사 측은 610만달러(약 56억원)를 지급하라”고 지난 5일 평결했다.

5일 켄터키 쿠리어 저널에 따르면, 지난 2004년 4월 자신을 ‘스콧 경관’이라고 밝힌 사람이 당시 십대였던 오그본이 일하는 맥도날드 지점의 도나 서머스 부지점장에게 전화를 걸어 오그본이 지갑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으니 매장에서 직접 조사를 받거나 체포돼 감옥에서 조사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서머스는 오그본을 관리사무실에 감금한 뒤 스콧 경관의 지휘 하에 옷을 벗기고 구타까지 하면서 4시간 정도 심문했다. 특히 성행위 동작을 해보이라는 강요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성적 모멸감을 느꼈던 오그본은 회사측의 과실로 이런 일이 벌어진 만큼 2억달러를 배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순회법원 배심원단은 근년에 패스트푸드점을 대상으로 경찰을 사칭한 사람들의 범죄가 계속되는 것은 물론 관련 소송까지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맥도날드사는 이를 직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그본이 알몸수색을 당하는 장면은 카메라에 잡혀 배심원들에게 전달됐다. 판결문이 낭독되는 순간 눈물을 흘린 오그본은 친척들을 껴안으며 지난 3년 반 동안의 아픔을 달랬다. 오그본은 배상금의 일부를 로스쿨 진학에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심원단은 또 이런 범죄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한 나머지 오그본을 감금했다가 유죄판결을 받은 서머스가 “나도 희생자”라며 맥도날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데 대해서도 “회사 측은 110만달러를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서머스는 500만달러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었다. 신문에 따르면 최근 10여년간 미국에서는 패스트푸드점을 대상으로 하는 이런 방식의 범죄가 32개 주에서 68건이 발생했다.

오그본의 변호사인 앤 올드파더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루이스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꿋꿋하게 버터왔다. 이번 평결은 그녀가 무죄임을 완전히 입증했다”며 “사려 깊은 이번 평결에 실망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연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