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정보화 10년만에 첫 단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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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정보화 사업의 첫 단추를 꿰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상규 국립국어원 원장은 12일 문화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21세기 세종계획’의 성과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국립국어원이 지난 1998년부터 추진해온 ‘21세기 세종계획’은 10년만에 완료돼 1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성과 발표회를 열었다.

이 원장은 “세종계획을 통해 소설책 4000권 분량인 2억 어절의 말뭉치(corpus·단어가 쓰인 문장과 어절 등을 모은 것)를 구축했다”며 “이는 영국이 1991년부터 1994년에 걸쳐 확보한 1억 어절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규모의 말뭉치를 확보했다는 사실은 한글이 그만큼 과학적으로 우수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원장은 “기초 언어자료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해 신문, 잡지, 소설 등 다양한 자료를 전산처리 했다”며 “대량의 말뭉치가 구축됨으로써 컴퓨터를 이용, 정교한 기계 번역과 문서요약 및 맞춤법 교정 등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또 “세종계획을 통해 60만 어휘 규모의 전자사전도 개발했다”며 “이에 따라 정보 검색, 텍스트의 분석과 산출, 자동번역이 가능해졌으며 다국어 사전 구축을 통해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습득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미 인터넷(www.sejong.or.kr)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전자사전은 현대 한국어 사용에 필수적인 명사, 형용사 등 18개 범주로 구분된 어휘들을 총 60만 항목 이상 수록한 최대 규모의 국어사전이다.

이 원장은 “한글은 이제 한국인들만의 언어가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9위의 사용률을 기록할 만큼 세계인의 언어”라며 “한글을 배우려는 외국인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웹을 기반으로 한 한국어 교육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가적 사업 중에서도 핵심 사안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이 원장은 힘주어 말했다. 따라서 세종계획은 1차적으로 완료됐을 따름이지 향후 이를 바탕으로 2차, 3차의 발전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그는 밝혔다.

이 원장은 “1년 정도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쳐 2009년쯤 2차 사업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한글 정보화 사업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확고해야 하며 예산 등 후속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계획엔 총 100억여원의 예산이 투입됐으며, 연간 200여명의 연구진이 참여했다. 한민족 언어 정보화 사업을 통해 남북한 언어 비교 자료, 방언 자료, 어휘 역사 자료 등이 구축됐으며 문자코드 표준화와 전문용어 정비, 글꼴 지원 등도 세종계획의 과제로 추진됐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