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왕 증손녀, 唐황실과 혼인했었다

백제 마지막 왕인 의자왕의 증손녀 부여태비(扶餘太妃·690~738)의 묘지(墓誌)가 중국 시안(西安)에서 발견됐다. 이와 함께 중국 사서인 ‘주서(周書) 백제전(百濟傳)’에 나오는 백제 사비시대 행정조직 내관(內官) 12부(部) 중 하나인 외경부(外？Z部)의 실체를 말해주는 목간 자료가 최근 충남 부여 쌍북리에서 출토된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들은 백제학회(회장 양기석)가 15일 오후 2시 충북대 인문대 시청각실에서 여는 제1회 백제학회 정기발표회에서 발표된다.

의자왕의 증손녀인 부여태비 묘지명은 지난해 10월 자료조사차 중국 시안을 찾은 김영관 청계천문화관장에 의해 확인돼 이번에 공개된다. 지난 2004년 중국 산시(陝西)성 고고연구소가 시안 북쪽에 위치한 당 고조(高祖) 이연(李淵·566~635)의 무덤인 헌릉(獻陵) 주변에서 도굴당한 무덤을 조사하다가 부여태비와 남편인 사괵왕(嗣？K王) 이옹(李邕·678~727)) 부부의 합장묘임을 알려주는 덮개돌(개석·蓋石)과 묘지(지석·誌石) 각 한쌍을 발견한 것.

이중 부여태비의 덮개돌(탁본 사진)은 가로 74㎝, 세로 70㎝, 두께 13㎝이며 전서(篆書)로 3행(行) 9자(字)의 ‘당고괵왕비묘부여지명(唐故？K王妃墓扶餘誌銘)’이라는 글자가 음각돼 있다. 지석은 가로 74㎝, 세로 70㎝, 두께 9㎝이며 30행, 1행 31자로 총 831자가 해서(楷書)로 음각돼 있다. 덮개돌과 지석 모두 청석(靑石)으로 만들어졌으며 글자체는 날렵하면서도 활달하며 깔끔하고 분명하며 힘이 있다고 김 관장은 설명했다. 다만 도굴꾼에 의해 지석이 세 덩어리로 깨져 접합부분의 글자 2자가 결실됐다.

지석에는 부여태비가 의자왕의 증손녀이고, 부여융(扶餘隆)의 손녀이며, 부여덕장(扶餘德璋)의 딸이라는 출자(出自) 및 세계(世系)와 함께 용모와 행실, 남편인 사괵왕 이옹과의 삶, 이거(李巨) 등 5명의 아들을 두었고 개원 26년(738) 8월에 49세를 일기로 죽었다는 사실 등이 기록돼 있다. 부여태비의 남편인 이옹도 당 고조의 증손자여서 백제왕족이 당에서 왕비족이 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박태우 백제문화재연구원 연구실장도 이날 ‘목간자료를 통해 본 사비도성의 공간구조’라는 발표를 통해, 최근 부여 쌍북리 280의 5 일대에서 수습한 ‘외경부’명 목간과 ‘여□(與□)’이란 묵서(墨書·붓글씨)가 있는 인덱스 목간인 제첨축(題籤軸) 등 신자료를 소개할 예정이다.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