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전설의 핀업걸’ 베티 페이지 사망

1950년대를 풍미했던 전설적인 ‘핀업 걸’(핀으로 벽에 붙이는 사진 속의 미녀 모델) 베티 페이지가 11일 로스앤젤레스에서 85세의 나이로 별세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페이지의 에이전트인 마크 로슬러는 “페이지가 지난주 심장바미를 일으킨 뒤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심장 수술을 한 뒤 병원에서 장치에 의존해 생명을 연장했으나, 이날 가족들의 합의하에 생명유지 장치를 뗐다. 페이지는 심장마비를 일으키기 전 폐렴으로 3주간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로슬러는 “페이지는 자유로운 영혼과 당당한 섹시함으로 한 세대 남녀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며 “그는 미(美)의 화신이었다”고 평가했다.

‘베티’로 더 잘 알려진 페이지는 비키니와 속옷만 걸친 채 찍은 잡지 사진으로 유명해졌다.

1923년 4월22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6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페이지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오렌지를 받으면 운이 좋았다”고 말했을 정도로 가정 형편이 어려웠으며, 아버지가 절도죄로 감옥살이를 하는 동안 고아원에서 지내기도 했다.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기도 했던 그는 1950년 제리 팁이라는 아마추어 사진작가를 만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그의 파격적인 사진에 대해 안 좋은 시선도 많았으나, 페이지는 “에덴동산의 아담과 이브도 벌거벗고 살았다”고 말하며 자신의 일에 대해 자부심을 나타냈다. 이후 잇따른 결혼 실패로 불행했던 그는 기독교에 귀의했다.

대중들의 눈에서 사라졌지만 앞머리를 일자로 가지런히 자른 검은색 뱅 헤어스타일에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속옷 차림의 도발적이고 에로틱한 포즈는 이후 마돈나, 데미 무어, 우마 서먼 등 후배 연예인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그의 삶은 영화 ‘악명 높은 베티 페이지’로도 제작됐다.

심은정기자 fearles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