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 부채비율 5년만에 100% 넘어

글로벌 경제위기로 기업 경영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대기업의 부채비율이 2003년 이후 5년 만에 100%를 넘어서는 등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기침체 장기화나 유동성 위기에 대비해 기업들이 대량 현금 확보에 나서고, 환율 급등에 따라 외화자산 평가 손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5일 재계 및 재벌닷컴에 따르면 삼성, 현대기아차, 현대중공업, LG, SK, 금호아시아나, GS, 한화, 롯데, 한진 등 10대 그룹 상장 계열사(금융계열사 제외)의 지난 2008년 말 부채비율은 평균 101.9%를 기록했다. 이는 2007년 말의 84.3%에 비해 20%포인트 가까이 높아진 것으로, 2003년 말 118.2%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100%를 넘어선 것이다.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현대중공업(314.2%)이지만 이는 선박을 건조하기 전에 받은 선수금이 부채로 잡혔기 때문으로 큰 의미는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진그룹은 2008년 말 부채비율이 278.7%로 전년(190.8%)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국내 최고의 재무건전성을 뽐내는 삼성그룹도 2007년 말 59.1%였던 부채비율이 2008년말 77.7%로 증가했다.

한편 대기업들은 유동성 위험을 피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현금 확보에 나섰다. 10대 그룹의 지난해말 현금성 자산은 52조9000억원으로 2007년 말 40조1000억원에 비해 31.9%, 12조8000억원이나 늘어났다. 현금성 자산은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과 만기 3개월 미만의 채권, 유가증권 등의 금융상품을 말한다.

황인학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는 “국내 기업이 환율 급등 속에서 생존자금 확보에 열을 올리다보니 지난해 하반기(7~12월) 회사채 발행과 은행 차입 등을 통해 현금성 자산을 크게 늘렸다”며 “부채비율 상승도 환율급등에 따른 평가손실 및 현금성 자산 증가와 연관이 깊다”고 말했다.

김만용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