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4일 경기 수원시 매탄동 삼성전자 사업장내 캠코더 화상연구실에서 삼성전자 캠코더사업팀 연구원들이 메모리 카메라 제품들의 화질 구현 능력을 테스트하고 있다. 수원 = 심만수기자
“맥아더 장군이 인천상륙작전을 펼치는 심정으로 일본을 따라잡겠습니다.”
지난 2007년 초, 캠코더사업부 전략회의가 열렸던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대회의실에 긴 침묵과 비장함이 흘렀다.
당시 삼성전자는 반도체·휴대전화·TV·백색가전 등과는 달리, 유독 캠코더부문에서는 일본 업체들에 비해 절대적인 열세를 보였다. 더구나 “일본을 잡겠다”며 2006년 야심차게 출시했던 DVD 캠코더가 전세계 시장에서 소위 죽을 쑤고 만 것이다. 이날 전략회의에서 캠코더사업부장과 핵심 연구원 30여명은 삼성전자의 캠코더 사업 방향을 놓고 뜨거운 토론을 벌였다.
한 연구원은 당시 분위기를 이렇게 회고했다. “삼성전자는 항상 일본이 시장에 내놓은 트렌드를 따라잡는 데 급급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라면 망한다는 데 다수가 동의했고, 결국 우리는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서 제3의 길을 찾아야 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찬반 논란끝에 당시 일본이 주도하는 방향과 전혀 다른 메모리 캠코더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키로 했다. 당분간은 쉽지 않더라도, 수년 내에는 시장의 방향이 결국 메모리 캠코더쪽으로 갈 것이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이 있었다. 메모리 캠코더는 경쟁사에 비해 반도체 기술이 뛰어난 삼성전자에 더 유리했다.
하지만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실제 2007년 말에도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DVD, 테이프 캠코더가 전체 캠코더 시장의 30%씩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삼성전자가 선택한 메모리의 시장점유율은 불과 2%였다. 선택이라기보다는 무모한 모험이었던 셈이다.
삼성전자는 당시 극비 프로젝트명을 ‘맥아더’라고 정했다. 6·25전쟁 당시 맥아더 장군이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전세를 역전시켰던 것처럼, 삼성전자도 메모리 캠코더로 한방에 일본을 잡자는 비장한 각오가 담겨 있었다.
삼성전자는 ‘맥아더’를 통해 메모리 캠코더뿐 아니라 캠코더에 들어가는 모든 핵심 기술과 부품을 국산화하자는 계획도 세웠다. 핵심 기술을 외부 기업에 의존하다 보면 제품 개발 속도가 더뎌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제품을 만들어낸 연말까지 모든 연구원이 거의 매일 연구실에서 숙식을 했다.
그해 메모리 캠코더의 가능성을 맛본 삼성전자는 지난해 확실히 방향을 잡았다. 박상진 삼성전자 부사장이 사업부장에 취임하면서 내부의 모든 반대 목소리를 잠재우고 메모리 캠코더에 ‘올인’하기로 결정하게 된다. 박 부사장은 “당시의 결정은 더 작고 사용하기 편리한 캠코더를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실제 올해 들어 메모리 캠코더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우리의 결정이 옳았음을 확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더이상 일본을 따라가지 않았다. 오히려 경쟁사들이 삼성전자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2007년 전체 캠코더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였던 메모리 캠코더 시장이 2008년 18%에 이어, 올해는 30~50%까지 급격히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자 일본 경쟁업체들이 잇따라 메모리 캠코더 출시에 나선 것이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삼성전자는 메모리 캠코더 시장에서만큼은 항상 최초의 제품들을 내놓았다. PC 소프트웨어를 캠코더 내부에 담아, 어떤 컴퓨터를 통해서도 별도의 프로그램 CD 없이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는 기술을 선보였다. 인체공학 디자인을 캠코더에 도입한 것도 삼성전자가 처음이었다.
모두 대성공이었다. 2007년만 해도 미국 시장에서 삼성전자 캠코더의 점유율은 3%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9%까지 높아졌다. 주요 메이저 업체들 중에서 점유율을 키운 것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홈그라운드인 국내 시장을 일본에 내줬던 삼성전자는 2006년까지 13%에 그쳤던 시장점유율을 지난해에는 28%로, 올 4월에는 35%까지 끌어올렸다.
최근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출시한 64기가바이트 캠코더 ‘HMX-H106’는 삼성전자 ‘맥아더’의 결정체로 평가된다. 렌즈, 센서, 스토리지 등 캠코더를 구성하는 모든 핵심 부품을 삼성 제품으로 대체했다.
무엇보다 처음으로 차세대 저장장치로 불리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탑재,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덕분에 미국 라스베이거스 가전쇼인 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내부에서 우수 혁신 사례로 꼽힌 ‘캠코더칩’도 국내 캠코더 기술을 한 단계 진보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캠코더칩은 캠코더의 심장과 같은 기능을 하는 부품으로 화질이나 음질,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등 캠코더를 구성하는 모든 구성요소를 한데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박 부사장은 “일본 기업 위주의 시장에서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캠코더를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경쟁사들과 싸우고 있다”며 “앞으로도 삼성전자는 더욱 차별화된 디자인과 소비자를 위한 성능을 갖춘 제품으로 시장을 주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수원 = 김만용기자 my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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