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앤 조이>[AM7] 김태우 “평생할 연기인데부족하면 어때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2004), ‘해변의 여인’(2006)에 이어 세번째로 홍상수 감독의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 출연한 배우 김태우(38)와의 인터뷰는 홍 감독의 영화를 보는듯 조금은 난해하면서도 편안하게 진행됐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제62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됐다.

17일 칸 해변에 위치한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종합홍보관에서 AM7과 만난 김태우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때 처음 칸에 왔고 이번이 두번째”라며 “처음 왔을 때 뤼미에르 극장에서 숀 펜 등 세계적인 배우들을 본 기억이 생생하다. 이번에는 동생(김태훈)이 ‘6시간’(비평가주간)이란 영화로 함께 와서 더 기쁘다”고 칸에 온 소감을 밝혔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김태우가 맡은 영화감독 구경남이 제천과 제주도에서 선배와 후배, 동료들을 만나며 겪는 다양한 이야기를 홍 감독 특유의 생활 유머로 풀어낸 영화다. 홍 감독의 촬영 스타일은 매우 독특하다. 보통 촬영 전에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일정 기간 배우들의 연습을 거친 후 촬영을 시작하는 것과 달리 그날 촬영할 대본을 아침에 써서 배우들에게 준다.

김태우는 홍 감독과 두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며 이런 촬영 방식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이번에는 현장성이 더 강했다고 전했다.

“내용조차 모르고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전에도 대본은 아침에 받았지만 무슨 이야기를 할 지는 미리 정해져 있었거든요. 그래서 조금 낯설었어요. 하지만 촬영 두 달 전에 시나리오를 받고 연습하고, 의상 콘셉트 정하고 촬영하는 거나 별반 다르지 않아요. 시간을 압축한다는 정도죠. 이런 방식이 모든 영화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홍 감독님 영화에 맞는 거죠.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아무나 할 수 없는 방식이에요.”

이런 촬영 방식이 배우에게는 불안할 수도 있지만 그는 “힘들지만 재미있다”고 했다.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오늘은 무슨 내용일까’하는 기대감도 커요.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잖아요. 모든 일이 순간순간 결정되잖아요. 그렇게 사는 이야기를 푸는 게 배우로서는 힘들지만 재미있는 것 같아요.”

사석에서 지인들에게 ‘홍 감독을 너무 좋아한다. 꼭 한번 작품에 출연해보고 싶다’고 수시로 얘기하던 김태우에게 홍 감독이 먼저 연락을 해와 인연을 맺게 됐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때 홍 감독님이 전화를 하셨어요. ‘한번 만났으면 좋겠다’고요. 너무 좋아하는 감독이지만 속내를 들키지 않으려고 담담하게 응했어요(웃음).”

그가 홍 감독 영화에 출연할 때 가장 크게 준비하는 부분은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대본이 나오면서부터 집중력을 발휘해야 해요. 그때까지는 마음을 비우고 있어야죠. 애드리브가 많을 것 같지만 일절 없어요. 모두 짜여진 대본대로 가는 거죠. 몇 번 해보니 이제는 이런 방식에 익숙해진 것 같아요. 하지만 연기에는 익숙이 없죠.”

10년 넘게 연기를 펼친 김태우는 따뜻하고 착한 이미지를 쌓아왔다. 하지만 그는 이미지 고착에 대한 불안감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이미지로 저를 기억하는데 저도 샤방샤방한 역할 부터 악역까지 다양하게 했어요. 하지만 그런 장르 영화들이 흥행이 잘 안돼서 기억하지 못할 뿐이죠(웃음). 앞으로 평생 할 거니까 급한 마음은 전혀 없어요. 연기는 어차피 만점이 없는 거잖아요. 부족함을 안고 가는 게 연기자의 가장 큰 매력일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칸=김구철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