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非은행 금융사’ 과잉規制 말아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영세/연세대 상경대 교수·경제학

정치권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손보려는 움직임이 다시 일고 있다. 입법예고 이후 과잉규제(規制) 논란이 있어 유보돼 온 ‘대주주 적격성의 주기적 심사’ 조항을 다시 살리겠다는 것이다. 규제의 목적은 금융사 대주주에게 최초 인·허가 받을 당시 필요로 한 자격요건을 계속 유지토록 강제하는 데 있다. 규제 수단으로 정책 당국이 1~2년을 주기로 심사해 요건에 미달하면 6개월 안에 자격을 회복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골자다. 이 기간 내에 시정되지 않으면 대주주로 하여금 그로부터 6개월 안에 해당 금융사 주식을 처분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금융을 걱정하는 국회의원들의 심정은 이해가 된다. 끔찍한 금융위기의 주범이 ‘고삐 풀린’ 금융사들의 도덕적 해이와 금융인들의 탐욕으로 지적되면서 금융감독 제도의 개선과 금융사들의 구조 개선이 지난 수년 간 화두였다. 감독기관 간의 원활한 정보 공유, 사외이사와 감사의 역할 강화, 대주주의 신뢰성과 책임 강화, 금융소비자 보호장치 강화 등이 국회와 정부 위원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그런데 굴지의 은행 최고경영진들이 수많은 가차명 계좌를 만들어 비자금 조성에 사용했다니 국민은 어이가 없다. 저축은행을 포함한 각종 금융기관과 금융감독 관련 기관 종사자들 간의 뿌리 깊은 유착관계는 벌써 여러 사람을 피고인석에 앉혔다. 공직 퇴임 후 유관기관 취업 금지는 ‘눈 뜨고 코 베갈 정도’로 교묘하게 피해 가서 실상 있으나마나다.

상업은행들은 경제의 웬만한 외부충격에도 든든한 버팀목이자 실물의 동맥이어야 할 텐데 투자은행들이 울고 갈 정도로 극심한 외형 경쟁을 벌였다. 덕분에 은행은 부실화하고 수많은 고객은 막대한 손실에 허덕이고 있는데 그 주모자와 공모자들은 출세 가도를 달려왔다.

이번 움직임의 적용 타깃은 비(非)은행 금융회사다. 은행은 주식 초과 소유를 금지하고 있어 지배주주의 형성이 어려우며 가까운 장래에도 가능성이 낮다. 그러나 비은행은 시스템 리스크가 작은 반면 지배주주 존재의 순기능이 크기 때문에 주식 초과 보유를 할 수 있다. 대표적 순기능인 진입 및 경쟁의 활성화와 책임경영의 강화를 통해 건전성 제고, 소비자 보호, 금융산업 발전을 시장 기능에 따라 자연스럽게 유도하기 때문이다. 현재도 비은행사에 대해 건전성 규제 및 감독이 작동하고 금융기관 부실화에 책임있는 대주주에 대해선 금산분리법, 금융업법, 상법, 공자금관리법 등의 민사책임을 물을 수 있다. 또한 대주주의 부정행위에 대해선 형법이나 특가법을 적용해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경제질서 확립 차원에서 이런 법들은 이전보다 더욱 엄정하게 적용돼야 한다.

그러나 대주주가 회사 불건전 경영과 무관한 사유로 부적합 판정을 받아 주식 매각까지 강요받아선 안된다. 지금 재논의되고 있는 주주자격 유지 제도는 법률 위반 사실처럼 매우 구체적인 요소까지 요건으로 포함한다. 대주주가 되기 위해 직전 5년간 금융법은 물론 조세 관련법, 공정거래법을 어겼거나 그에 상당한 처벌을 받은 적이 없어야 한다. 결격사유가 하나라도 발생하면 부적격 주주로 분류되며 금융사를 얼마나 잘 운영하고 있는지와 무관하게 1년 내에 무조건 주식을 처분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런 규제는 미국·영국·일본 등 선진국에는 아예 없거나 추상적인 수준이다. 금융감독 체계는 더욱 촘촘하게 설계하되 민간을 옥죄는 과잉중복 규제는 줄여야 한다. 재논의중인 대주주 적격성 규제나 금융업법의 ‘묻지마’식 통합은 관료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민간회사의 자율책임 운영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 더불어 관료·감독기관·저축은행을 포함한 은행권의 잘못으로 맞아온 여론의 몰매를 다른 부분으로 돌리려는 시도는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