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중간수역’에 넣어 日에 영유권 주장 빌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신(新)한일어업협정 폐기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정치권은 물론 한일관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는 일단 “배타적경제수역(EEZ) 획정 협상과 한일어업협정은 무관하다”면서 부정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독도 도발 및 과거사 망언이 이어지면서 국내여론이 악화되면 한일어업협정에 대한 폐기나 개정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한일어업협정 폐기가 어업질서 혼란을 야기하고, 급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한·일간 협력에 결정적 타격을 입힐 것이라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없지 않다.

사실 신한일어업협정 폐기 주장은 정 의원이 처음이 아니며, 1998년 협정 체결 당시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폐기나 개정파가 주장하는 요지는 협정이 한국에 불리하며, 독도 영유권 배타성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핵심은 협정이 설정한 한·일 양국의 ‘중간수역’이다. 유엔 해양법협약에 따르면 각국 해안선에서 200해리 EEZ를 그을 수 있는데, 한·일 양국은 EEZ가 겹친다. 1996년부터 EEZ 경계획정 회담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결론을 못내고 있는 이유다. 이 때문에 한·일이 양국 조업 구역을 잠정적으로 설정한 게 중간수역인데, 중간수역을 서로 주고받는 과정에서 한국이 더 손해를 봤다는 주장이다.

이 중간수역이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독도 때문이다. 한·일 양국은 협정문에 독도 영유권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좌표로만 표기했는데, 이게 일본의 영유권 주장 빌미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일어업협정은 일방 선언으로 폐기가 가능한데, 실제로 일본이 1996년 200해리 EEZ제도를 선포하면서 구한일어업협정이 종료된 바 있다.

하지만 폐기에 따른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 평가다. 6개월이나 1년 전에 통보만 하면 개정도 언제든지 가능하지만, 이 과정에서 동해상 어업질서 혼란이 극심하고, 한일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 의원도 대정부질문에서 “우리 영토인 독도를 지키는 역사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담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밝힌 이유다.

또 국제법적으로 파기나 개정을 요구할 근거도 부족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독도 영유권과 연관된 EEZ 획정 협상은 여전히 진행중이고, 어업협정은 어업질서 관리를 위한 것이지 경계획정 합의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한일어업협정에 기점에 관한 논의가 전혀 없고, 독도는 중간수역에 둘러싸여있지 중간수역에 포함된 것도 아니다”면서 “EEZ나 영유권 문제와는 무관하기 때문에 그 이유로 어업협정 개정을 요구할 국제법적 근거가 미약하다”고 말했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