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技術 1위 상품’이 수출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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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태/KAIST 경영대학장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의 집계에 따르면 총 5051품목 중 우리나라가 세계 수출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한 품목이 2010년 71개에서 2011년 61개로 1년 새 10개나 줄어들었다. 특히 2010년 세계 1위에서 밀려난 26개 품목 중 12개는 중국에 정상 자리를 뺏긴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1위 품목의 수는 2009년까지 증가세였으나 이후 계속 줄어들고 있다. 결국 우리의 수출 규모에 비해 히트 상품은 너무 적다.

이는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급격한 부상에다 품목이 세분화돼 봉제 등 노동집약적 제품 등도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상품과 같이 한 품목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따라서 1위 상품수를 바로 국가 수출경쟁력이나 그 제품의 부가가치 또는 고용창출 능력과 동일하게 인식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면 애플의 아이폰은 중국의 수출품으로 잡히지만, 부가가치는 대부분 그 제품을 디자인하고 발명한 미국이나 높은 가격의 부품을 만드는 한국에서 생산된다. 글로벌 경제에서 수출통계가 바로 실제적인 경제효과와는 유리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만, 1위 상품의 품목수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대부분 중국에 추월당하고 있으며, 새로운 1위 상품 개발이 부진하다는 사실은 여러 면에서 우려할 만하다. 특히, 추월당한 상품이 단순 노동집약적 상품이 아니라 액정 디바이스 등 비교적 첨단산업이며,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중국이 이러한 잠식을 계속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몇 년 전 유행했던 우려처럼 한국경제가 값싼 중국과 높은 기술의 일본 사이에 끼여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샌드위치 위기론이 다시 현실화하는 건 아닌지 냉철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수출에서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다각도의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단기적으로는, 이 통계는 세분화된 단위품목이기 때문에 품목들의 분포를 산업별로 분류하고 산업별 정책 개발을 해야 한다. 정부 정책이나 기업의 투자는 이 통계에서 분류하는 세부 품목보다는 산업단위로 이뤄진다. 한 산업에서의 비교우위는 다수의 1위 상품을 양산할 수도 있고 2위와 확고한 격차를 유지하는 상품들은 그만큼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갖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높은 까닭이다.

또, 우리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등 금융위기와 세계 경제 불황으로 인한 보호무역주의 등 무역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관세·비관세 장벽의 제거에 그치지 않고 수출 경쟁력을 위해 해외로 나갔던 기업이 국내로 돌아오도록 적극적인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삼성과 애플의 특허 싸움에서 보듯이 생산과 연구 외에 첨단산업에서 기술 보안의 강화, 특허 등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 및 국제분쟁에 대한 지원책 등으로 새로운 1등 상품을 개발하는 기업의 경쟁력이 시장 밖으로 지나치게 분산되지 않게 하는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

기업의 혁신 능력은 기업의 규모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난 대선을 전후해 경제민주화라는 구호 아래 중소기업의 보호 정책이 많이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중소기업들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면 새로운 혁신을 통한 1등 상품을 창출할 능력은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지나친 보호 정책보다는 영세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규모로 변신할 수 있는 성장의 사다리 놓기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중장기 전략은 기업의 기술 개발에 대한 유인책과 연구·개발(R&D) 능력을 배양하는 고급인력을 지속적으로 배출하는 교육정책일 수밖에 없다. 차기 정부의 과학기술 중시 교육정책이 주목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