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美의 양적완화 축소 대응책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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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연세대 상경대학장·경제학

지금 세계 금융시장은 큰 혼란 속에 빠져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 때문에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높여서 풀었던 통화를 회수하는 출구전략을 시행할 경우 달러 강세로 일본 엔화 가치는 물론 신흥 시장국의 통화 가치 또한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그동안 신흥 시장국으로 몰렸던 자본이 갑자기 유출되면서 자산 가격의 버블도 붕괴가 우려된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는 미국 경제 회복세가 아직은 불확실하기 때문에 미국이 출구전략을 조기에 시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출구전략이 미리 논의되는 배경은 투자회사가 출구전략이 시행되기 전에 먼저 투자 포트폴리오를 변화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경기가 회복될 경우 미국이 출구전략을 시행할 것은 확실하다. 미국의 출구전략이 시행되기 전에 먼저 투자 포트폴리오를 변화시킬 경우 투자회사는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출구전략 논의로 우리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13일 국내 주가는 1900선이 무너졌고 환율 또한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경우 그동안 유입된 자본이 갑자기 유출되면서 우리는 다시 외환위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출구전략은 일본의 아베노믹스에도 영향을 미친다. 안전자산인 엔화 수요가 늘면서 엔화 가치가 단기적으로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아베노믹스 실패로 엔화 가치가 낮아질 경우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의 수출은 감소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은 국내로 엔케리 자금을 유입시켜 갑작스러운 자본 유출의 위험성을 키우기도 한다. 미국의 출구전략과 일본의 아베노믹스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먼저, 갑작스러운 자본 유출에 대비해야 한다. 비록 미국의 출구전략은 조기에 실시되기 어렵지만 이를 예상한 외국인 투자자금이 미리 유출될 경우 우리는 외환 부족으로 위기를 겪을 수 있다. 외환 당국은 경상수지 흑자가 나고 있는 지금 외환보유고를 확충해야 한다. 또한 외화 유동성 확보를 위해 미·일·중과 기존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연장하거나 상시화해야 한다. 과도한 자본 유입은 갑작스러운 유출의 원인이므로 외국인 채권 투자자금이나 은행의 외화 차입에 대한 기존의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자본 유출이 우려되는 지금 유출입에 대한 토빈세 부과는 위험하지만 과도한 자본 유입에 대한 기존의 규제 조치는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을 줄이면서 동시에 적정 환율을 유지토록 해야 한다. 미국 달러화의 강세로 우리 원화 가치가 일본 엔화 가치와 같은 폭으로 하락할 경우는 큰 문제가 없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외환 당국은 수출 감소를 막기 위해 필요한 경우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서 적정 환율을 유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수출 감소와 자본 유출로 경기침체가 심해질 경우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사용해 경기침체를 막아야 한다. 중국의 성장률 둔화와 일본 엔화 가치의 하락으로 우리 수출이 감소하는 경우 추가적인 경기침체가 우려되고 이는 기업 도산과 금융 부실을 심화시켜 또 다른 외환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외적 경제 여건이 매우 불확실하다. 미국의 출구전략과 일본의 아베노믹스로 앞을 전망하기 어렵다. 여기에 우리 경제는 경기침체가 심해지고 있으며 동시에 미국의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갑작스러운 자본 유출 위험에 노출돼 있다. 정부는 우리 경제가 위기를 겪지 않도록 신중한 정책 선택을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