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사내이사 60%가 ‘롯데家’

롯데그룹의 핵심인 롯데쇼핑이 특별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롯데쇼핑의 최고 의사결정 조직인 이사회가 지배주주 일가 위주로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이는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 롯데쇼핑과 함께 준(準)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롯데제과도 마찬가지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자체가 지나치게 지배주주 일가 위주로만 조직화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주요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사내 등기이사 5명 중 60%가 지배주주 일가인 것으로 분석됐다. 사내이사 가운데 전문경영인인 이인원 정책본부(그룹 컨트롤타워) 본부장(부회장)과 신헌 롯데쇼핑 대표(사장) 등 2명을 빼면 나머지 3명은 지배주주 일가다. 창업주인 신격호 그룹 총괄회장과 차남인 신동빈 그룹 회장, 장녀인 신영자 복지재단 이사장이 모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회사, 주주 전체의 이익보다 지배주주 일가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사회가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이사회의 독립성이 저해될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사내이사 4명을 모두 전문경영인이 맡고 있다.

롯데쇼핑의 사정은 호텔롯데와 롯데제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호텔롯데는 신 총괄회장, 장남인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 신영자 이사장 등이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사내이사 6명 중 절반이 지배주주 일가다. 롯데제과는 사내이사 3명 중 2명(신 총괄회장·신동빈 회장)이 지배주주 일가다.

이들 회사의 사외이사는 지난 한 해 동안 이사회 주요 안건에 대해 한번도 반대표를 던진 적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롯데쇼핑의 경우 6명의 사외이사가 80여 건의 안건에 대해 단 한번도 반대표를 행사하지 않았다. 롯데쇼핑의 내부거래 규모는 2011년 말 3조2000억 원에서 지난해 말 3조7000억 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롯데쇼핑의 내부거래나 해외 및 신규사업을 통한 탈세 여부, 지배주주 일가 간의 비정상적인 경영권 승계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