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새마을 예산’보류… 개도국 지원 차질

2014년도 예산안을 놓고 국회에서 진통이 거듭되는 가운데, 새마을운동의 세계화 지원 예산들이 ‘박근혜 예산’이라는 명목으로 처리가 보류되고 상당 부분 감액이 이뤄질 상황에 처했다. 이에 청와대 등 여권에서는 전체 새마을운동 예산 중 90%가량은 개발도상국의 농촌 빈곤 퇴치를 위한 공적개발원조(ODA) 성격의 예산이라며, 자칫 국제적으로 공언한 ODA 지원 약속 이행이 불발로 끝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것은 ‘국격’과 관련된 사안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20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새해 예산안 중 새마을 관련 예산은 올해보다 87억 원가량 늘어난 254억 여 원이다. 이중 국내 새마을운동 지원 예산은 51억 원에서 26억 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반면 새마을운동의 세계화 지원 예산이 115억 원에서 227억 원으로 두 배가량으로 증가했다.

정부 관계자는 “새마을운동 세계화 사업은 대부분 유엔과의 협력 사업, 농업 기술 지원 등 개도국과 후진국 지원사업”이라며 “ODA도 일방적으로 주는 게 아니라 상대국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을 ‘맞춤형 지원’해 ‘상대국의 마음을 사는 외교’를 해야 하는데 실제로 새마을운동 경험을 전수해 달라는 요청이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새마을운동의 보급을 요청한 국가가 65개국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계획은 국회 예산 심사를 거치며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20일까지 여권에서 파악하기로 대략 50억 원이 넘는 새마을운동 관련 예산들이 전면 보류되거나 삭감됐고 야당의 삭감 의지가 강해 추가적인 삭감도 예상된다.

여권이 새마을 예산 삭감에 긴장하는 것은 이것이 ‘국격’과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2015년까지 국민순소득(GNI)의 0.2%까지 ODA를 늘리겠다고 약속한 것을 지키기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관련 예산이 ‘칼질’당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박 대통령도 19일 새누리당 지도부 초청 만찬 자리에서 “새마을운동이 단순히 시골길을 포장하고 넓히는 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한국을 모범 사례로 연구하면서 지원을 조금 해달라고 해서 들어간 것인데 마구 깎으려고 해 아쉽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최재천 민주당 간사는 “우리도 ODA 예산은 반대하지 않고 새마을운동 사업 예산 중 불필요한 것들, 보여주기식 예산을 잘라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병기·윤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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