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사회적경제 생태계’>유럽·북미 협동조합 활성화… 고용 늘고 사회문제 해결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경제가 복지 대란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경제가 해외 각국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고용증가 효과가 있어 주목된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유럽연합(EU)은 89% 찬성으로 ‘사회적 경제에 관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시장 실패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경제적·사회적 모델이 사회적 경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1997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취임 직후 사회적 경제 발전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정부적 지원을 시작했다. 후임 고든 브라운 총리 역시 사회적 경제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적극적인 진흥책을 펼쳤다. 그는 은행에 쌓인 휴면예금을 모아 사회적 경제 기금을 만들고 사회적 경제조직에 자금을 조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비영리민간재단 REDF(The Roberts Enterprise Development Fund)는 노숙인이 일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현재까지 많은 노숙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샌프란시스코의 노숙자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탈리아 볼로냐 지역에서는 1970년대 세계 경제 불황을 겪으며 협동조합을 통해 지역민들을 고용해 생산·소비하는 사회적 경제가 발전했다. 협동조합은 생산과 소비 외에도 교육, 보건, 취약계층 고용, 환경보호 등 다양한 부문에서 서비스를 공급했고 일자리를 창출했다. 볼로냐는 지역 총생산의 45%가 협동조합에서 창출된다. 1950년대까지 이탈리아 내 낙후지역이었던 볼로냐는 현재 유럽연합 국가 평균 임금의 2배에 달하고, 실업률은 3.1%에 불과하다.

스페인 몬드라곤은 1943년 호세 마리아 신부가 부임해 전문기술학교를 열면서 사회적 경제가 싹을 틔웠다. 졸업생 5명이 1956년 첫 협동조합을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몬드라곤의 협동조합은 2011년 기준 스페인 대기업 순위 7위, 고용규모 3위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캐나다 퀘벡지역에서 역시 1970년대 세계 경제 불황 극복의 대안으로 협동조합이 태어났다. 퀘벡주는 직접지원보다는 제도 개선과 같은 간접지원을 통해 사회적 경제를 발전시켰다.

사회적 경제조직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금융, 개발자본(일종의 벤처캐피털), 연대기금(노동조합들이 기금을 만들어 사회적 경제 조직을 지원하는 것) 등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퀘벡에는 현재 3300여 개 협동조합과 공제회조합이 활동하고 있으며 이 협동조합은 미화 173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해 9만2000개의 일자리를 창출,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