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사회적경제 생태계> “사회적기업이라면 은행도 꺼려… ’기본법‘ 제정 체계적 지원 시급”

대부분 소규모 자본으로 시작
정부 지원 시스템도 비효율적
사업 잘돼도 규모확장 어려워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이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면서 소외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의미있는 사회적 변화까지 주도해온 성공적인 사회적기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작품활동에 전념하지 못하는 젊은 예술가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10년 태어난 사회적기업 ‘에이컴퍼니’는 불투명한 매매시장과 비싼 가격 때문에 미술품을 사지 않는 대중의 세태가 젊은 예술가가 예술을 포기하게 만든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지난 7월 에이컴퍼니가 개최한 아트페어에는 예술가 50명이 500만 원 이하의 작품 250개를 출품했다. 아트페어를 찾은 일반 대중이 부담 없이 예술작품을 구입해 젊은 예술가와 대중이 한결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다.

2012년 설립된 ‘마리몬드’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의 미술작품을 패턴으로 장식해 종이노트, 양말, 휴대전화 케이스, 티셔츠 등 각종 상품을 판매한다. 수익금의 상당 부분을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등 시민단체에 기부하는 등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의 피해 회복을 위한 경영활동을 벌이고 있다. 포럼, 강연 등에 참여하고 싶은 청각 장애인에게 스마트폰을 통한 실시간 자막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이유디’는 이제 막 창업 1년 차에 접어드는 신생 회사다. 언어장벽으로 포럼이나 강연에 참여하기 힘든 26만 청각 장애인에게 귀가 되어 주겠다는 경영 철학을 갖고 있다.

이렇듯 많은 사회적기업가가 기업 경영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들은 하나같이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 생태계가 척박하다고 말한다. 우선 대규모 자본을 갖고 시작하기 어려운 사회적기업의 특성상 초기 단계에서 정부의 지원은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여러 부처로 쪼개져 있는 현재의 지원시스템은 비효율성과 중복지원 문제를 불러온다. 가장 큰 문제는 금융조달이 어려워 대부분의 사회적기업이 영세한 규모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사회적기업가 대표는 “은행에 가서 사업자금 대출을 받으려고 하는데 사회적기업이라고 했더니 신용대출도 어렵다고 했다”며 “지인이나 가족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기업운영이 잘 되어도 사업규모를 확장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제정되면 이런 현장의 다양한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