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배고픈’ 아마존, 우디 앨런과 손잡고 드라마 제작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출판과 유통 부문에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킨 미국의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이번에는 방송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13일 저명한 영화감독인 우디 앨런(사진)이 극본과 연출을 맡고, 아마존의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인스턴트 비디오’를 통해 방송될 드라마 시리즈 ‘언타이틀드 우디 앨런 프로젝트’를 제작하기로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애니홀’‘맨해튼’ 등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켰던 앨런이 드라마 시리즈를 연출하기는 50여년 전인 1966년 영화 ‘무슨 일이야 타이거 릴리’로 데뷔한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할리우드와 미국 방송업계에서는 자유롭고 느슨한 작업방식을 고수해온 앨런이 드라마를 만들기로 결심한 것도 이례적인데, 공중파나 HBO 같은 케이블TV가 아닌 최첨단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첫 매체로 선택했다는 데 놀라움을 나타내고 있다. 앨런은 아마존을 통해 밝힌 드라마 연출 소감에서 “어쩌다가 이 일을 하게 된 건지 모르겠다”며 “아무 생각이 없어서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로이 프라이스(아마존스튜디오 부사장)가 틀림없이 (이번 계약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며 특유의 자학적 농담을 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3일 앨런과 아마존 간의 계약에 큰 관심을 나타내면서, 할리우드와 독립영화계의 저명한 감독들이 신생매체인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분야에 더욱 활발히 진출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븐’ ‘에일리언3’ ‘소셜네트워크’ ‘나를 찾아줘’ 등의 흥행작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이미 넷플릭스의 드라마 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즈(House of Cards)’를 연출해 지난 2013년 에미상을 수상했다.

넷플릭스는 그해 에미상에 ‘하우스 오브 카즈’로 9개 부문, 코미디물 ‘어레스티드 디벨롭먼트(Arrested Development)’로 3개 부문 등 총 12개 부문에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매트릭스’의 라나와 앤디 워쇼스키 남매도 넷플릭스를 위한 작품을 현재 제작 중이다. ‘로스트’ ‘앨리어스’ 등 TV 히트 드라마와 많은 영화를 제작, 연출한 J J 에이브럼스 역시 스트리밍 서비스용 작품으로 스티븐 킹 원작을 바탕으로 한 ‘11/22/63’을 준비 중이다. 1963년 11월 22일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을 막기 위해 시간여행을 떠나는 남자의 활약을 그린 이 작품은 NBC 유니버설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훌루를 통해 서비스될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시청자들이 컴캐스트, 타임워너케이블 등 유료 케이블 TV를 끊고 인터넷 TV(IPTV) 등 인터넷망을 통한 비디오 서비스에 가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넷플릭스, 훌루, 아마존, 크래클,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등 비디오 서비스 사업자들 사이의 경쟁도 격화하고 있으며, 특히 자체 제작 드라마 등 독점 콘텐츠를 통해 경쟁업체들과 차별화를 하려는 경향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통업계를 평정하고 있는 아마존이 과연 비디오 스트리밍 업계에서도 선두주자인 넷플릭스를 제치고 최강자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아마존이 아마존 프라임 인스턴트 비디오를 설립했을 당시만 해도 스트리밍 서비스는 공중파나 케이블TV가 새로운 드라마 시리즈를 정식으로 시작하기 전 맛보기용인 파일럿 프로그램을 띄워 시청자의 반응을 테스트해 보는 수준의 매체에 불과했다. 하지만 아마존은 지난해 분기별 약 1억 달러 콘텐츠 개발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등 총공세를 펼치고 있는 중이다.

11일에는 트랜스젠더 아버지를 소재로 한 드라마 시리즈 ‘트랜스페어런트(Transparent)’로 골든글로브 드라마 및 코미디 부문의 최우수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까지 했다. 골든글로브 역사상 스트리밍 서비스용 드라마가 상을 수상하기는 ‘트랜스페어런트’가 최초이다. 아마존 프라임 인스턴트 비디오의 유료가입자는 약 2000만 명으로, 넷플릭스의 미국 내 유료가입자 약 3500만 명(전 세계 약 4800만 명)보다는 아직 적은 규모이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