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화재 극적 생존 30대女, 구해준 이웃 만나 감사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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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구해주지 않았으면 불길속에서 온 몸이 화상을 입거나 연기를 마시고 벌써 저 세상에 갔을텐데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몰라요 ”
“살려달라고 소리치는 이웃을 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이렇게 살아서 다시 보게돼 천만다행이야 ”

의정부 대봉그린 아파트 화재사고 당시 연기에 질식해 쓰러졌다가 이웃의 도움으로 살아난 강명숙(여·38)씨가 자신을 화마(火魔)에서 구해준 이웃집 전미경(여·49)씨를 찾아가 ‘감사하다’는 답례 인사를 하며 반갑게 정담을 나누어 감동을 주고 있다.

최근 병원에서 퇴원한 강 씨는 3일 의정부 2동 전 씨 회사인근 커피숍에서 빠른 응급 조치로 자신을 살려준 전 씨를 만나 생명을 구해준데 대해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 강 씨가 전 씨의 손을 붙잡고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하자 전 씨는 “죽어가는 이웃을 살리는 것은 당연하고 우리가 같이 살았는데 뭘 ”이라며 다독거렸다.이들이 화재 발생 26일만에 만나게 된 것은 호흡기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하고 거처할 방을 마련하느라 정신없이 바빴기때문이다.이들은 전 씨 방으로 대피한 후 2시간동안 고립됐다가 소방관에 의해 구조됐던 악몽을 되살렸다.

사고 당일 오전 9시 20분쯤 대봉아파트 909호에 살던 강 씨는 출근하기위해 집을 나서다 복도에 연기가 자욱한 장면을 목격하고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당시 강씨는 마른 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고 계단으로 가 탈출을 시도했으나 검은 연기가 불과 함께 온 몸을 덮쳤다.뜨거운 열기에 숨을 쉴수 없는 상태에서 가스까지 들이마셔 주저앉고 말았으나 죽을 힘을 다해 일어나 계단옆 엘리베이터를 두들기며 “살려달라”고 외쳤다.불이 8층 기계실에서 9층으로 삽시간에 올라왔다.강 씨가 “이제 죽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쓰러져 의식을 잃어갈때 “어디냐”는 소리가 들려왔고 힘없이 겨우 “엘리베이터 ”라고 대답할수 있었다.그 때 앞집 911호에 사는 전 씨가 문을 열고 나와 강 씨를 부축해 방으로 데려온후 적신 수건으로 응급조치를 했다. 방에는 전 씨의 딸 (25)과 704호에서 피신한 20대 커플 2명이 겁에 질린채 문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연기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이들 커플은 옥상문이 잠겨 있는 줄을 모르고 옥상으로 올라가려고 시도했으나 전 씨가 “문열면 다 죽을수 있으니 가만히 있으라 ”며 가로막았다.5명은 갇힌 방에 점점 연기가 가득해지면서 얼굴이 따가워지자 연기가 뜸해진 창문으로 교대로 얼굴을 내밀고 숨을 쉬며 버티었다. 이들은 고립돼 있는 동안 50여차례 119 전화를 했지만 구조대는 도착하지 않아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창문밖으로 하얀 수건을 흔들며 구조를 요청하고 소리를 질러댔다.밖에서 구경하던 사람들도 소방관들에게 “저 사람들을 왜 빨리 구조하지 않느냐”고 항의했다.

전 씨는 갑자기 “내가 붙잡아놓은 이웃들이 세월호침몰시 대피못한 학생들처럼 죽을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엄습했으나 구조를 기다리며 침착하게 대응했다.옥상문이 잠겨 밖으로 나가면 모두 무사할수 없다는 판단이 적중했던 것이다.드디어 오전 11시 20분쯤 옥상에서 구조대의 밧줄이 내려왔다. 여성부터 한 명씩 밧줄을 붙잡고 내려올수 있었다. 직장에서도 긍정적인 태도와 동료애로 솔선수범하는 전 씨는 “이날 따라 출장을 가기 싫어 늦게 거동한 것이 딸과 이웃들을 살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다행히도 전 씨는 보증금 500만원을 건물주로부터 돌려받아 인근에 월세 방을 마련할수 있었다.

그러나 전세로 살던 강 씨는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집주인을 상대로 보증금도 반환을 위해 법적 투쟁을 준비하며 여관및 찜질방에서 생활하는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정부=오명근 기자 om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