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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살며 생각하며 게재 일자 : 2015년 07월 10일(金)
‘백주부’ 백종원에 열광? 맞벌이엄마 사랑 결핍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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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 / 맛칼럼니스트

“백종원 씨는 전형적인 외식 사업가다. 그가 보여주는 음식은 모두 외식업소 레시피를 따른 것이다. 먹을 만한 음식을 만드는 건 쉽다. 백종원 식당의 음식은 다 그 정도다. 맛있는 음식은 아니다.”

백종원의 음식에 대해 평가해 달라 하여 이렇게 한마디 했더니, 백종원을 “깠다” “디스했다”는 말을 붙인다. 그를 까고, 디스할 이유가 있겠는가. 직업상 관찰하고 평가했을 뿐이다. 이 원고를 보낸 후 백종원 씨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내 일과 뜻을 알아준 백종원 씨에게 감사한다. 이 글도 그렇다.

백종원은 스스로 외식 사업가라고 한다. 외식 브랜드만 30여 개다. 그러니 ‘전형적 외식 사업가’ 맞다. 그의 레시피가 외식업소의 것이란 사실도 방송에서 “이건 우리 가게 비밀인데” 같은 말로 스스로 밝힌다. 이 레시피의 음식을 두고 “먹을 만한 음식”이지 “맛있는 음식이 아니다”고 한 것도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직업인은 다 알아듣는다. 단맛을 중심으로 하여 적당히 밸런스를 맞춘 양념을 바르면 그 어떤 것이든 먹을 만해진다. 백종원의 음식을 맛있는 음식으로 평가할 수 없는 까닭을 그의 말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는 방송에서 외식업소의 성공 비결은 ‘맛이 30, 분위기가 70’이라 했고, 좋은 식재료를 사겠다고 새벽시장에 갈 필요는 없다고 했다. 외식업 운영 요령으로 보자면 그의 말이 다 맞다. 그는 훌륭한 외식 사업가다.

백종원 음식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 해서 인터뷰의 내용이 거기에 머물렀지, 내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백종원이 아니라 백종원에게 열광하는 대중이다. 백종원 얼굴 아래에 뾰롱뾰롱 뜨는 이모티콘의 대중 말이다.

“맛있는 음식의 수는 이 세상 어머니의 수와 같다.” 누군가 멋을 부려 만든 말인데, 단순히 줄이면 “엄마의 음식은 무조건 맛있다”이다. 이때에 엄마란 각자의 엄마다. 남의 엄마가 해준 음식은 무조건 맛있지 않다. 내 엄마의 음식이 내 입에는 늘 딱 맞다.

인간은 포유동물이다. 태어나면 얼마간 어미의 품에서 자란다. 젖먹이 이후에 어미는 젖먹이 때의 친밀감을 유지하며 자식의 입에 음식을 밀어 넣는다. 이게 맛있는 음식이다, 이걸 먹어야 건강하다, 이건 평생 먹어야 하는 것이다 하는 마음을 담아 어미가 먹인다. 독립해 혼자 먹이 활동을 할 때에 엉뚱한 것을 먹고 죽거나 탈 나면 안 되니 그렇게 챙겨 먹이는 것으로 입맛 교육을 하는 것이다. 포근한 어미의 품에서 사랑스러운 어미의 눈길을 받으며 먹는 음식은, 자식에게는 음식이 아니라 엄마의 사랑으로 각인된다. 그래서 모든 인간은 엄마의 음식을 맛있다 하고, 평생을 엄마의 음식 같은 음식을 찾아 헤매게 되는 것이다.

방송에서 백종원을 ‘백주부’라고 한다. 집안에서 요리를 담당하는 사람이 주부다. 주부는 대체로 엄마다. 백주부를 ‘백종원 엄마’라고 풀면 백종원에 대한 대중의 열광이 어디서 비롯했는지 알 수 있다. 대중이 백종원을 통해 얻으려는 건 엄마의 음식, 엄마의 사랑, 그렇다, 엄마다.

백종원에게 열광하는 이들 중 1980∼1990년대생이 많다. 결혼 여부와 관련 없이,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젊은 세대다. 공부며 일에 바쁘고, 1인 가구 등으로 구성원이 단출하니 밥을 해서 먹는 게 귀찮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들이 백종원에게 열광하는 까닭을 “쉽게 요리하는 비법을 전수한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렇지 않다. 쉽게 요리하는 비법은 이미 인터넷에 지천으로 널려 있다. 만능 양념장 같은 것은 그 다양한 레시피가 방송으로도 자주 소개됐다. 1990년대 이후 출간된 요리책도 ‘초간단’을 콘셉트로 내세운 것이 부지기수다. 백종원에 대한 열광은 요리 비법 따위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보는 것이 정상적인 사고다.

열광은 결핍의 산물이다. 결핍돼 있으니 무엇엔가 집착하는 것이다. 1980∼1990년대생에게 발견되는 결핍은 엄마다. 엄마의 사랑이다. 그들이 태어났을 때에 한국은 고도 자본주의 사회로 막 진입했다. 대가족은 핵가족으로 해체되고 결혼한 여자가 바깥일을 하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맞벌이가 일상화했다. 1980∼1990년대생은 한국 맞벌이 부부의 1호 자식들이다.

바깥일을 하니 엄마는 늘 바빴다. 아침은 토스트와 콘플레이크로 대충 때우고 부부는 각자의 일터로, 아이는 어린이방으로 가야 했다. 젖 떼고 먹는 게 보육교사의 음식이었다. 저녁이면 엄마는 지쳐 있었다. 피자, 햄버거, 치킨. 전화 한 통이면! 그러니, 엄마의 음식을 받아먹은 기억이 없다. 엄마의 사랑을 받아먹은 기억이 없다. 어떤 음식을 맛있다 하고 기준을 잡을 것인지 몸의 기억으로 각인할 기회가 없었다.

이들에게 텔레비전의 백종원은 ‘대체 엄마’이다. 맞벌이로 바빠 내게 요리 한 번 가르쳐준 적이 없는 엄마와 달리 부엌의 온갖 인스턴트 재료로 요리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그냥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부엌에서 엄마가 그러듯 약간 귀찮은 표정으로 잰 체하며 비법을 날린다. 넉넉한 엄마의 마음으로 시청자의 투정을 받아준다. 어떤 때에는 우리 엄마처럼 진짜로 살짝 삐치기까지 한다. 뒤늦게, 백종원의 음식이 엄마의 음식으로 각인된다.

‘백종원 엄마’의 음식을 두고 내가 “맛없다” 했으니 화가 날 만도 할 것이다. 이럴 바에야, 진짜 엄마한테 진짜 엄마 손맛을 배우면 어떨까. 엄마도 그때에 맞벌이하느라 사랑을 듬뿍 주지 못한 것에 마음 한구석이 늘 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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