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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팀장의 북레터 게재 일자 : 2015년 09월 04일(金)
인간정신의 위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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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에 나는 포탄을 맞았다. 내 몸은 삶에서 떨어져 나갔다. 삶에 대한 애착으로 나는 우선 내 몸을 파괴하려 했다. 그러나 해가 가면서 내 불구가 현실이 되면서, 나는 나를 제거해야겠다는 생각을 그만두었다. 상처받은 나는 이미 내 상처가 되어 있었다.” (‘달몰이’의 첫 문장)

우리에겐 낯설지만 당대 유럽 예술가들 사이에서 ‘계시자’로 추앙받은 작가 조에 부스케(1897∼1950)는 1918년 5월 1차 세계대전의 격전지에서 총탄을 맞고 쓰러집니다. 하반신 불구가 된 그는 남은 생을 카르카손 베르덩 53번가 침실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평생 부상의 후유증에 시달렸지만 육체적 고통보다 불구가 된 몸에 대한 환멸이 더 컸고, 침대에서 남은 삶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절망했습니다. 그는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인가부터 그는 자신의 몸에 ‘당도한 사건’을 전혀 다른 차원의 ‘사건’으로 바라봅니다. 절망하는 대신 ‘공부’를 합니다. 몸은 좁은 방 침대에 묶여 있지만 정신은 광대한 우주 속으로 뻗어갔고 자신의 몸을 거대한 우주의 별 부스러기로 깨닫는 순간 생의 비밀이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를 구원한 것은 치료도, 신도 아니었고 그의 정신이었습니다.

부스케의 자전적 에세이 ‘달몰이’(봄날의 책)는 처참히 파괴된 한 개인이 어떻게 고통을 초월해 나가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육체에 갇힌 정신’이라는 점에서 ‘달몰이’는 20세기 역사학자 토니 주트(1948∼2010)의 회고록 ‘기억의 집’(열린책들)을 떠오르게 합니다. 근위축성 측삭 경화증, 일명 루게릭병으로 목과 머리를 빼고 온몸을 움직일 수 없었던 이 지성인은 세상을 떠나기 몇 달 전, 잠들지 못한 밤이면 생의 마지막에 이른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감동적인 기록을 남겼습니다. 몸을 움직여 글을 쓸 수 없던 그는 밤새 머릿속으로 쓴 이야기들을 기억하기 위해 모더니즘 사상가들이 머릿속에 궁전을 지어 지식들을 나눠 각 방에 저장했던 정신적 저장 장치, 즉 기억의 집을 이용합니다.

‘달몰이’. 원제는 ‘Le Meneur de Lune’. 달을 끌어당기는 자입니다. 나와 달로 상징되는 ‘내 존재 밖의 세계’ 사이의 거리를 좁혀, 하나가 되려는 시도. 부스케는 정신적 달몰이를 통해 삶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그 한가운데로 나아갑니다. 그는 말합니다. “순간은 하루보다 크고, 하루는 일 년보다 크다 … 세계는 세계 속에서보다 내 속에서 더 크다.”

‘내 속에 더 큰 세계’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야 품을 수 없는 경지지만 이런 위대한 정신들이 역사에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됩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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