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선노동당 창건 70주년’은 날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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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열 / 자유민주연구원 원장

북한은 오는 10일을 조선노동당 창건 70주년이라고 선전하면서 이미 1년 전부터 대대적인 행사를 준비해 왔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북한 당국의 철저한 역사 조작이다. 그럼에도 국내외 언론은 이를 기정사실화하면서 관련 동향을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1945년 10월 10일은 조선노동당 창당일이 아니다. 다만,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이 결성된 날이다. 당시 조선공산당 본부는 서울에 있었고, 조선공산당 북한지부가 서울 본부당의 승인 아래 결성된 날이다.

소련 군정의 로마넨코 민정사령관은 1945년 10일 8일 조선공산당(중앙당) 책임비서인 박헌영을 개성으로 오게 하여, 평양에서 대동하고 온 김일성과 회담하던 중 논쟁 끝에 결국 서울에 있는 조선공산당을 중앙당으로 인정하고 평양에는 지부인 북조선분국을 둔다고 합의했다. 이에 따라 1945년 10월 10일 평양에서 ‘조선공산당 서북5도 책임자 및 열성자 대회’를 열고,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책임비서 김용범)을 결성했으며, 김일성은 집행위원에 선출됐다. 이날 김일성은 연설을 통해 중앙당의 박헌영 책임비서가 북조선분국 결성을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말까지 한 바 있다.

김일성이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의 당권을 장악한 것은 1945년 12월 17일 3차 집행위원회에서 소련의 지원을 받아 책임비서로 선출되면서부터다. 이후 서울에 본부를 둔 조선공산당과 대등한 위상을 연출하기 위해 1946년 4월 19일 북조선공산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국내에서 조선공산당이 조선정판사사건 등으로 1946년 7월 미군정에 의해 불법화돼 해산되자, 북한은 1946년 11월 남로당(남조선노동당) 결성에 앞서, 1946년 8월 29일 북조선노동당을 창당하고 이후 1949년 6월 24일 ‘북로당’과 ‘남로당’을 통합해 ‘조선노동당’(위원장 김일성, 제1부위원장 박헌영)을 출범시켰다. 따라서 1945년 10월 10일로 기념하는 것은 명백한 역사 왜곡인 것이다.

1958년판 북한의 역사서인 ‘조선통사’(과학원 역사연구소 발간)에서는 1945년 10월 10일을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북조선조직위원회’라 표현) 창건일로 기술하고 있으며, 1946년 8월 북조선노동당을 창건했고, 1949년 6월 북로당과 남로당이 합당해 현재의 조선노동당이 창건됐다고 정확하게 기술하고 있다. 그런데 김일성이 ‘소련파’ ‘연안파’ ‘빨치산파’를 차례로 제거하고 김일성 1인 독재 체제를 구축한 1970년 이후 북한의 문헌에서는 김일성 우상화 차원에서 역사 날조를 본격화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사와 조선노동당 창건일 조작이다. 이후 북한의 공식 문헌인 ‘정치사전’ ‘역사사전’ ‘현대조선역사’ ‘조선노동당역사’ ‘조선대백과사전’ 등을 보면, 1945년 10월 10일을 북조선공산당이 창건된 것으로 역사를 조작하거나 조선노동당 창건 기념일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특히, 이들 문헌에는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의 존재는 아예 언급도 하지 않았다. 북한이 이렇듯 조선노동당 창당일을 조작한 것은 김일성이 조선 공산주의운동의 시조이며 지도자라고 선전해 왔는데, 조선공산당 중앙당 박헌영 책임비서의 승인을 받아 북조선분국을 창당한 사실이 밝혀지면 북한이 날조한 김일성 경력이 탄로날 것을 우려해 철저히 역사를 왜곡 날조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조작한 조선노동당 창건일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반문명적인 3대 세습 김씨 왕조를 정당화해주는 것이다. 북한 당국에 의해 날조된 대한민국 현대사를 바로잡는 일은 김일성과 북한 노동당의 시원을 밝히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