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評>‘靑 리더십 쇄신’ 국민의 마지막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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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조 /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정치학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慘敗)했다. 당초 새누리당은 과반의석 확보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했다. 야권이 분열되면서 수도권과 경합지에서 어부지리(漁夫之利) 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해 말부터 김무성 대표는 총선 목표 의석으로 국회선진화법을 우회할 수 있는 180석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과반의석 확보 실패로 나타났다. ‘텃밭’으로 여겨지던 영남 지역과 이른바 강남벨트에서도 적잖은 의석을 무소속과 더불어민주당에 내줬다.

이 결과를 놓고 일각에서는 지역주의의 약화니 하는 식으로 거창하게 해석하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이번 총선을 통해 새로운 호남 지역 기반의 정당이 출현했다. 수도권에서 더민주가 선전한 건 새누리당이 득을 볼까 우려한 호남 출신 유권자들이 정당투표는 국민의당에 하면서도 후보는 더민주 에게 표를 준 결과로 보인다. 호남에서 승리한 새누리당 후보와 영남에서 승리한 더민주 후보는 고립된 에피소드에 불과하다.

새누리당의 참패는 사실 공천 파동의 영향이 크다. 친박(親朴)과 비박(非朴)으로 나누다 못해 친박 측은 ‘진짜 친박’이란 뜻의 ‘진박’이라는 말까지 만들어 이 잣대를 공천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이들의 입에선 ‘배신’ ‘불충’ 같은 왕조 시대를 연상시키는 단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소속 국회의원 한 명의 공천 문제를 제때 매듭짓지 못해 후보등록 마감 직전까지 끌고 갔고, 급기야 당대표의 추인 거부로 지역구 3곳에는 공천자를 내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겪었다. 이 지역 예비후보 3명은 탈당 기회를 놓쳐 출마 자체를 봉쇄당하는 참화를 당했다.

이런 공천 다툼이 일반 유권자들은 물론, 전통적 지지자들의 눈에조차 오만하게 비친 건 너무도 당연하다. 누구든 공천만 하면 지지는 따라온다는 생각으로 집권 여당이 벌인 진흙탕 싸움에 지지층조차 고개를 돌렸다. 공천 과정에 늘 있게 마련인 수준의 갈등과 소란이었다면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하지만 ‘살생부 논란’이나 ‘욕설 파문’ ‘옥새 파동’ 등으로 계파정치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자 지지층에서도 이탈자가 자라났다.

이유가 뭐든 이제 3개 정당이 국회 의석을 3분 하게 됐다. 문제는 이 3당 정립(三黨鼎立)이 이미 비생산적인 국회를 더욱더 식물화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19대에서 처리되지 못한 각종 개혁 법안들은 국회에서 먼지만 뒤집어쓸 개연성이 짙다. 먼저, 새누리당이 내부 문제로 정부의 정책 과제들을 입법화하는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것이다. 새누리당은 과반의석 확보 실패로 곧 내전 상태에 빠져들 공산이 크다.

우선, 선거 참패에 대한 지도부 책임론이 대두할 것이다. 김무성 대표는 이미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사퇴를 공언했지만, 막판에 공천 결과 추인을 거부한 일 때문에 논란을 벗어나기 어렵다. 아울러 이번 공천을 주도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진박 감별사’로 불릴 정도로 공천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최경환 의원 등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대통령의 임기 후반부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친박 중심의 당 지도부 구성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리고 설사 청와대와 잘 교감할 수 있는 지도부가 구성되더라도 3당 정립 때문에 개혁 입법들을 효과적으로 처리하긴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도 19대 국회를 식물화한 국회선진화법이 개정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20대 국회에서는 새누리당조차도 과반 의석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국회선진화법의 개정에 별 관심이 없을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이 그대로 있다면 20대 국회에서도 19대와 마찬가지로 여야가 합의하지 않으면 사실상 어떤 법안도 국회선진화법의 제약을 넘어 통과될 수가 없다. 여소야대 상태가 됐기 때문에 야당을 압박할 명분도 크지 않다. 게다가 내년에 대선을 앞둔 마당이라 여야가 순수하게 국리민복(國利民福)만을 생각해 합의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하다. 모든 게 정치 쟁점화할 것이다. 게다가 국민의당과 더민주가 야권 주도권을 놓고 다투게 되면 순조로운 국회 운영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여소야대의 3당 정립 체제 아래서는 이전처럼 여당에만 맡겨두고 처리하기를 기대하는 방법은 한계가 있다. 이번 총선은 국민의 마지막 호소이자 경고다. 초당적 협력을 구하는 접근법과 리더십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