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評>與小野大와 레임덕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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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한 / 한림대 교수·정치학

지난 4·13 총선 결과가 여당인 새누리당을 강타한 지 보름이 지났지만, 여전히 여진(餘震)이 이어지고 있다. 선거 1주일 후의 한국갤럽 조사에서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 비율은 29%,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한 비율은 58%였다. 선거 2주 후에 조사한 결과도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선거 전날의 조사는 긍정 39%, 부정 48%였다. 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은 대통령 직무 수행을 무심코 긍정적으로 평가하던 이들의 생각까지 바꾼 것이다.

총선 후 지금의 정국을 잘 설명하는 용어는 여소야대(與小野大)와 레임덕이다. 여소야대가 여야 간의 관계를 규정하는 것이라면, 레임덕은 여당 내 또는 정부 내의 관계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사실, 대통령제 민주국가에서 여소야대와 레임덕은 드문 현상이 아니다. 다만, 현 집권 세력은 자신들에게는 오지 않을 수 있다고 선거일까지 생각했고 그래서 더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안보와 경제 등 여러 문제에 직면한 지금, 정부가 갈피를 잡지 못하면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여소야대와 레임덕에 임하는 국정 운영 방식을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먼저, 여소야대에서는 야당과 일정 권력을 공유하되 궁극적으로 민심에 의지해야 한다. 여소야대에서 권력 분점(分占)은 좋든 싫든 불가피하다. 1990년의 3당 합당도 일부 야당과 권력을 공유한 결과였다. 거대 연정(聯政)이 아니더라도 사안별로 일부 정당과의 연대(連帶)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 특히, 안보 현안으로 야당에 협조를 구한다 해서 대통령이 잃을 건 별로 없다.

내각에 야당 인사를 포함하는 것도 여소야대에서 볼 수 있는 권력 공유다. 연정이라고 해서 꼭 야당 출신 인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전문가 그룹도 그 대상이다. 시중에서는 그동안 인사를 선거 캠프 출신들만의 리그라고 평가한다. 여소야대에서는 민심을 더욱 헤아려야 한다. 야당을 설득하거나 압박할 수 있는 힘은 결국 민심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는 대여(大與)보다 소여(小與)가 민심 얻기에 더 나을 수도 있다. 민주화 이래 대통령 선거에서 원내 제1당의 후보가 당선한 경우는 두 번에 불과하고, 나머지 세 선거에서는 원내 제2당이 승리했다.

다음, 레임덕 상황에서는 권력으로 정책을 밀어붙일 수 없고 대신 정책 합리성으로 국정을 견인해야 한다. 레임덕이 정치적 용어로 처음 등장한 곳은 미국이다. 그런데 미국 대통령이 임기를 1년 이상 남겨둔 시점에 행정부를 장악하지 못한 사례는 별로 없다. 지금 미국 의회는 여소야대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져 정책 추진력을 상실했다고 보지 않는다. 미국에서 말하는 레임덕은 대통령 임기 마지막 수개월을 의미할 때가 대부분이다.

이에 비해 민주화 이래 한국 대통령들의 지지율은 집권 4년 차 중반부터 레임덕 수준으로 낮았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을 포함해 그 누구도 레임덕을 피할 수 없었다. 다수의 국민은 정치지도자를 대통령에 당선시켜 줌으로써 그에게 진 마음의 빚을 다 갚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임기 말까지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진 않는다. 레임덕은 주로 여권 내의 현상이다. 지난 총선 때 친박(親朴) 파벌은 레임덕을 봉쇄하기 위해선지 몰라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기준으로 삼아 공천을 추진했다. 사실, 배신을 쉽게 하는 사람은 가치관이나 지도자가 아니라 권력 자체에 충성한다. 이들은 권력자가 권력을 잃어 더는 권력자가 아니면 배신한다. 이런 사람일수록 권력자에게 과잉 충성하기 때문에 권력자는 자신의 충복(忠僕)으로 오해한다.

아부에 대한 관리는 권력자의 중요한 자질 중 하나다. 일찍이 마키아벨리는 권력자가 자신을 자유롭게 비판하게 놔둬선 권력 유지가 어렵다고 했다. 그렇지만 마키아벨리는 권력자가 물어본 사안에 대해 솔직하게 말할 현명한 자 또한 주변에 둬야 한다고 권고했다. 여권 내 소통은 민주정치뿐 아니라 권력자의 통치를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대통령 임기 후반의 여소야대에서는 일방적인 권력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여당 내 그리고 야당과의 관계가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오로지 국민, 그리고 정책 중심으로 가는 것이 옳다. 공감할 수 있는 합리성이 그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여소야대든 레임덕이든 권력은 존재한다. 다만, 고차원으로 작동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