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안전불감증’>원룸건물 1층, 카페 등으로 불법 개조… 화재땐 불길 크게 번져 대형참사 우려

근린생활시설로 허가받은 건물을 1층엔 카페, 2층 이상에는 원룸이 들어선 복합건축물로 고치는 불법 개조가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 또 지하철 스크린도어 수리공에게 무전기 하나도 지급되지 않고, 열차 진입 여부를 승강장 ‘안내 게시기(모니터)’만 보고 파악하게 하는 등 안전불감증이 여전, 대형 참사를 예고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 신림동과 신촌 등 대학가 원룸 건물에는 1층에 커피숍 등이 들어서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건물은 ‘근린생활시설’로 건축허가를 받은 뒤, 준공 이후 건축법, 소방법 등을 어기고 화장실, 주방 등을 설치해 원룸으로 둔갑시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원룸과 카페가 함께 들어가려면 복합건축물로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근린생활시설을 불법 개조했기에 복합건축물의 까다로운 소방시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화재위험이 높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문화일보 취재결과 소방법에 따라 소화기를 비치한 카페를 찾기 힘들었고, 비상구가 테이블이나 의자로 막혀 있는 경우도 많았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복합건축물은 간이 스프링클러를 갖춰야 하는데, 불법 용도변경을 해놓고 복합건축물로 신고하지 않기 때문에 소방 기준도 지켜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 28일 지하철 2호선 구의역 등 최근 3년 새 세 차례나 발생한 스크린도어 사고도 안전불감증이 빚은 비극이다. 31일 서울메트로(지하철 1∼4호선) 등에 따르면 스크린도어 수리 용역업체 직원들은 무전기 없이 승강장의 안내게시기를 통해서만 열차가 들어오는지를 파악한다. 스크린도어 수리 업체 2곳 모두 무전기를 써야 한다는 규정이 없었다. 특히 지난해 8월 강남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때는 안내게시기마저 고장났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CCTV 분석 결과 게시기에 열차 위치가 표시되지 않은 오작동 상태였다”고 말했다.

김기윤·김리안 기자 kn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