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안보관 점검할 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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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정치부 선임기자

대권 주자들이 시대정신으로 ‘양극화 해소’나 ‘격차 해소’를 부르짖으면서도 ‘핵 공포로부터의 해방’이나 ‘평화·안보’를 꼽는 일은 거의 없다는 의구심을 갖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비웃듯 핵 개발에 열을 올리고 미사일을 쏘아 올리며 백주(白晝)에 조선조 ‘형제의 난’ 같은 암살과 살육을 일삼는 집단임을 확인하는 시점에서 의구심은 불안감으로 옮아간다. 이런 현실은 핵을 이고 살아야 하는 분단 상황에서 차기 권력을 노리는 주자들의 안보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두어 달 뒤면 군의 새 통수권자를 뽑게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국민 생명과 국가의 존명을 좌우할 대권 주자들의 안보관을 점검할 때가 됐다.

대한민국에서 대통령 하겠다고 나선 정치인들이 가져야 할 첫 번째 안보관은 한·미 동맹에 대한 분명한 지지를 밝히는 일이다. 이는 한·미 동맹을 가장 중요한 안보 요소이자 외교 정책의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여기엔 기존 동맹을 위협하는 어떠한 술책도 거부하고, 역내 평화와 안정 및 글로벌 공공선을 수호하는 한·미 공동의 노력을 추구하며, 대한민국과 우방을 무력으로 침범하는 공동의 적을 격퇴하기 위해 미국과 함께 전쟁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결의까지 포함한다. 대신 대한민국은 중국을 군사·물리적으로 겨냥하는 어떠한 지역동맹에도 가입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동맹의 이유가 국가안보를 위한 것이며 그것을 넘어선 동맹은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중국과 미국에 설명해낼 수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외교적으로는 예측 가능한 어프로치를 하고, 군사적으로는 ‘서프라이즈 어택’을 하지 않으며, 국가방위 측면에서 점진적인 자강(自强)을 추진할 것이라는 점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스스로 방산 및 재래전 능력 고도화를 추진하는 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 공조와 ‘확장 억제’를 미국과 협의해 나가는 일이 이에 포함된다.

북은 결코 남쪽의 선한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는 1953년 정전협정 조인 후 계속돼온 국가원수 암살 기도, KAL기 폭파 테러, 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핵 개발·실험, 미사일 도발을 통해 확인된다. 라틴어 ‘세쿠리타스(securitas)’를 어원으로 하는 안보는 원래 불안·근심·위협에서 벗어난 평온한 상태를 말한다. 대선 국면과 정권교체 시기에 국민이 갖는 불안·근심·위협은 핵을 가진 북한 정권이 언제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국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균형외교론은 무의미하고, 세계화가 분쟁을 막아줄 것이라는 신자유주의 이론은 공허하며, 탈냉전 후 유럽대륙이 추구해온 정치경제 통합론은 우리 안보 모델로는 적합하지 않다. 북핵의 직접적인 위협에 놓인 현실에서 모든 외교 안보 통일 이슈를 남북관계 중심으로만 풀겠다는 발상은 온전치 못하고 우리의 안보 과제를 북에 물어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대권 주자의 안보관 검증은 철저히 진행돼야 한다. 정치권 일각에서 김정남 암살 사건을 과거 김대중 납치사건과 비교하면서 ‘권력의 속성’ 정도로 치부하는 분위기가 있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mins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