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탄핵심판>“대통령, 憲法 광범위 하게 위배… 아직도 잘못 느끼지 못하는 듯”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지난해 12월 9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이후 90여 일간의 공방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7일에도 국회 소추위원 측과 박 대통령 측 법률 대리인은 헌재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지난달 27일 17차 변론기일까지 치렀음에도 아직 해소되지 않은 쟁점이 남았다는 게 대통령 대리인단 측 주장이다. 양측 법률 대리인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회 탄핵 절차 △박영수 특별검사 평가 △재판관 공백과 선고 일자 △대통령 변론권 △‘세월호 7시간’ 등을 놓고 한 치 양보 없는 팽팽한 설전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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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측 황정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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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탄핵소추위원단 황정근(사진)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을 광범위하게, 그리고 중대하게 위배했다”며 “하지만 아직도 잘못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 변호사는 선고를 앞두고 있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게 “이번 심판을 통해 국가의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마땅히 어떻게 행동해야 하고 어떻게 행동해서는 안 되는지를, 그리고 ‘대통령은 결코 법 위에 있지 않다’는 법치의 대원칙을 분명하게 선언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 탄핵 소추 사유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박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을 광범위하게, 그리고 중대하게 위배했다. 국민에 대한 신임 위반이 중대하고, 그 권력 남용이 심각하기 때문에 국민의 이름으로 파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박 대통령 측은 모든 탄핵 사유를 부인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미르·K스포츠재단 비리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와 최순실(61) 씨가 개입했다는 폭로가 있었을 때, 박 대통령은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일축했으나, 지금은 그것이 거짓임을 다 알게 됐다. 최 씨가 사익을 추구하고 이권에 개입하는 데 박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또는 비서진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한 것을 보면, 공과 사를 제대로 구분하는 것에 대한 박 대통령 정치·사회적 의식의 한계를 엿볼 수 있다.”

―‘세월호 참사’를 두고 대통령 측은 ‘재난 사고가 발생한 것까지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절체절명의 골든타임에 국가의 컨트롤 타워인 대통령의 시계가 7시간이나 멈춰져 있었다. 그 당시 대한민국호(號)의 선장실은 비어 있었다. 이것은 대통령으로서의 능력, 자질, 판단의 문제를 떠나 최소한도의 기본 책무를 소홀히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진정 바라는 것은 위기에 처한 국민의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어떻게든 구조하기 위해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다하는 모습이다. 대통령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대통령 측에서는 ‘국회에서의 탄핵안 발의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며 절차상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국회법상 탄핵 소추 사유를 하나의 안건으로 묶어서 의결해도 위법한 것이 아니다. 일부 대통령 대리인단 측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

―8인 재판부 결정은 위헌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헌재에서 8인의 재판관으로 이뤄진 결정이 무수히 많고, 이 같은 판결이 위헌이 아니라는 헌재의 결정도 있었다. 충분한 심의를 거친 만큼 8인의 전원합의부에서 선고하는 게 바람직하다.”

―박 대통령의 변론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헌재와 국회 측은 박 대통령이 출석할 시간을 충분히 줬다. 본인이 나오지 않은 것이다. 헌재법에 따르면 탄핵 심판에서는 당사자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

―왜 굳이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퇴임 전에 선고를 하느냐는 논란도 있다.

“대통령의 직무 수행 단절로 인한 국가적 손실과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탄핵 심판을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데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 헌재가 탄핵 심판 중 다른 심리를 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 때문이다.”

―대통령 측은 헌재가 심리를 불공정하게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동안 심판 과정에서 취한 박 대통령의 태도도 일국의 대통령답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아직도 그 잘못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잘못은 부끄러움이라는 마음의 소리를 들을 때 제대로 알고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 대통령 측 일부 법률대리인의 ‘법정 발언’에 대해서도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등 논란이 있었다.

“엄숙한 판단을 구하는 변론 활동도 국민과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변론도 할 수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심판정의 존엄과 법과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해야 하고, 특히 용어의 선택에 있어서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탄핵심판의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탄핵소추와 변론의 전 과정 및 그 결과는 다시 역사의 심판에 맡겨질 것이다.”

―헌재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심판을 통해 국가의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마땅히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그리고 ‘대통령은 결코 법 위에 있지 않다’는 법치의 대원칙을 분명하게 선언해주기 바란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

대통령측 김평우 변호사

“탄핵사유 13개 한 번에 투표
국회가 속임수… 절차상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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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법률 대리인단에 뒤늦게 합류했지만 엄청난 ‘존재감’을 보인 김평우(사진) 변호사는 “국회가 탄핵 사유를 개별 투표하지 않고 한 번에 투표한 것은 속임수를 쓴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변호사는 “국회가 박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불신임하기 위해 탄핵의 이름만 빌린 건데 왜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그만둬야 하느냐”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달 14일 인터뷰(문화일보 2월 15일자 35면 참조)에 이어 이번에도 거침없는 언변으로 국회와 헌법재판소,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맹비난했다.

―특검 수사가 종료됐다.

“우리나라 법치주의가 앞으로 어떻게 되느냐는 건 박영수 특검에 대해 우리 국민이 얼마나 힘을 합쳐서 응징하느냐에 달렸다. 인권탄압을 받고도 침묵하면 우리나라 법치주의는 희망이 없는 것이다. 인권에는 여야도, 이념도, 재벌도 없다.”

―특검이 인권탄압을 했다는 건가.

“나는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본다. 심각한 수준이다.”

―3일 낸 변론기일 재개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 같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도 13일 전 할 것 같다.

“헌재가 한번 결정한 것은 잘 안 바꾼다. 자기들이 결정하면 누가 상소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불행한 일이 될 수도 있다. 마치 3월에 선고를 내려야 한다는 신탁(神託)을 받은 것처럼 움직인다.”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면 7인 체제는 기형적이라고 말한다.

“이미 헌재는 자기들 마음대로 법을 다 어기고 있다. 9명이 재판하도록 헌법이 정해놓은 것도 안 지키고, 180일까지 재판할 수 있도록 돼 있는 것도 안 지킨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보다 13배 복잡한 사건이다. 그때 두 달 걸렸으니 난 ‘적어도 1년은 걸리겠다’고 생각했는데 똑같이 두 달 만에 마치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국회 탄핵 의결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박 대통령한테도 물어봤는데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고 하더라. 탄핵사유 하나하나가 사실이라면 심각한 수준이다. 하나씩 떼서 투표해 3분의 2가 찬성한 것만 탄핵소추해야 한다. 그랬으면 과연 몇 개나 통과됐겠나. 모아놓으면 거창해 보이는데 떼어 놓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속임수다. 쇼다. 왜 국회가 정정당당하지 못하고 야바위꾼처럼 속임수를 쓰나.”

―헌재가 어떻게 해야 하나.

“다른 생각 말고 변론을 재개해야 한다. 박 대통령한테도 반론할 기회를 줘야 한다. 국회 측에서 두 달 동안 이것저것 증거 냈듯이 우리도 국회의 절차상 잘못, 탄핵사유의 내용상 잘못 등 내가 지적한 것들에 대한 증거를 낼 시간을 줘야 한다. ‘넌 반론하지 마. 시간 없어’, 이런 식은 재판도 아니다.”

―어떤 결론이 내려지든 국론 분열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헌재가 앞뒤가 안 맞는 소리를 하니 누가 신뢰하겠나. 이런 식이면 헌재가 없어지는 거다. 헌재가 안 없어지려면 ‘아이고 국회의원님들, 이건 탄핵소추안이 아니고 정치적 불신임안이다. 접수 못 하겠으니 도로 가져가시오’라고 각하하면 된다. 국회가 잘못해 놓고 자꾸 덤터기를 헌재에 씌우려고 한다. 왜 재판관들이 ‘국회가 잘못했으니 도로 가져가라’고 말할 용기가 없는지, 왜 이리 비겁한지 모르겠다.”

―‘세월호 7시간’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다.

“재판정에서 변호사들이 말하는 거 보니 온갖 학설과 학자들 이름을 줄줄이 대며 참 유식하더라. 아마 일주일 동안 법률사전 뒤지며 열심히 썼을 것이다. 나는 대학교 2학년 때 배운 법률지식만 갖고 썼다. 더 배울 필요도 없다. 단, 사건을 사심 없이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사(邪)가 끼면 안 보인다. 세월호 사건을 볼 때 재난(災難)사고, 해난(海難)사고로 봐야 하는데, 이걸 ‘박근혜의 살인사건’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자꾸 궤변을 부려 살인사건으로 만들려고 하니 잘못된 것이다.”

―재심 가능성은.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고 하는데, 선례가 없다. 더구나 정권이 야당 쪽으로 넘어가면 법원에서 받아들일 리가 없다.”

―협회장을 지냈던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징계한다고 한다.

“징계하라고 해. 말을 잘못했으면 징계를 받아야지. 근데 헌법재판관도 잘못했으면 나무랄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나마 나이 든 사람이 나무라야 한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