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서 열풍 이끈 ‘원조女帝’ vs 붉은 무희로 거듭난 ‘보컬女神’

6월 개막 뮤지컬 ‘마타하리’ 걸 크러시 2人 연기 대결

뮤지컬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과 ‘위키드’의 엘파바는 여성이 좋아하는 여성 캐릭터다. 카리스마 넘치는 댄버스 부인은 소름 돋는 가창력으로 관객을 압도하고, 엘파바는 씩씩하게 운명에 맞서는 모습을 응원 받는다. 예쁘기만 하고, 정작 수동적인 여성상이 가득한 무대 위, 흔치 않은 ‘걸 크러시(여성이 여성을 선망하는 마음)’ 매력의 여주인공인 셈. 고난도 노래와 연기로 아무나 맡을 수 없는 배역이라 ‘톱’ 여배우를 판가름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 두 역할을 모두 거쳐 간 뮤지컬 디바 옥주현과 차지연이 이번엔 같은 무대 원톱 주인공으로 맞붙는다. 지난해 초연 후 오는 6월 다시 돌아오는 ‘마타하리’의 주인공 마타하리에 더블 캐스팅된 것. 두 사람은 앞서 ‘몬테크리스토’의 메르세데스 역을 동시에 맡기는 했으나, 이 뮤지컬은 남성 캐릭터 몬테크리스토가 주인공이었다. 매혹적인 포스터가 공개되자마자 최고 대 최고, 여신 대 여신의 대결로 벌써 화제다. 두 사람의 마타하리는 어떻게 다를까.

◇마타하리는 곧 옥주현

지난해 초연한 마타하리는 개막 8주 만에 1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EMK뮤지컬컴퍼니가 시도한 첫 대형 창작 프로젝트로서, 성장이 정체된 국내 공연계에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이다. 영민하면서도 관능적인 여주인공 마타하리는 여배우라면 누구나 한번 꿈꿔 볼 만하다. 남자 주인공의 보조적 역할이 아니라 여성이 ‘원톱’으로 나서는 무대라서다. 따라서 ‘뮤지컬계 여제(女帝)’옥주현만큼 딱 맞는 캐스팅도 없어 보였다. 노래와 연기, 춤 등 어느 하나 ‘최고’가 아닌 게 없는 배우라서다.

초연 당시 ‘마타하리’ 열풍을 이끈 옥주현이 오는 6월 1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개막하는 재연에서 또 한 번 “옥주현은 마타하리 그 자체”라는 말을 입증할 예정이다. 애초 옥주현을 염두에 두고 음악을 만든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은 “내 음악의 다양한 색감을 더할 나위 없이 표현해 주는 배우”라고 높이 평가했다. 옥주현은 “작품 준비 단계에서부터 함께했기 때문에 유독 마타하리에 애착이 많다”며 “스토리와 넘버, 의상, 무대 등 많은 부분이 바뀔 것이라고 들었다. 작품의 방향성에 맞춰 마타하리를 잘 표현하기 위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2005년 ‘아이다’로 데뷔해 ‘위키드’ ‘엘리자벳’ ‘레베카’ ‘스위니 토드’ 등 출연하는 작품마다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해 온 옥주현은 골든티켓어워즈 여배우 부문 최다 수상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했으며, 후배들에게 가장 닮고 싶은 배우로 꼽히기도 했다. 언제나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관객들을 환상의 세계로 안내했던 옥주현의 마타하리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보컬 여신 차지연의 변신

멜로디 라인이 까다로운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을 누가 또 소화할 수 있었을까. 폭발적인 가창력과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사랑받고 있는 ‘보컬 여신’ 차지연이 선택됐다. 지난해 위키드의 엘파바로 분하며 녹색 분장을 지울 날이 없었던 차지연이 이번에는 비극적인 사랑에 빠진 전설적인 무희 마타하리로 변신한다. 공개된 포스터 속 붉은 의상이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려, 엘파바와 동일 인물인지 눈을 의심케 한다. 차지연은 노래 속에 감정선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걸로 정평이 나 있는데, 지난해 초연 당시 다소 밋밋하지 않으냐는 지적을 받은 극 전개에 숨결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차지연은 무대와 방송을 넘나들며 이미 대중에게 그 ‘저력’을 인정받았다. Mnet ‘쇼미더머니3’에서 폭발적인 록 사운드와 섹시한 퍼포먼스로 강렬한 무대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으며 MBC ‘복면가왕’의 여전사 캣츠걸로 최초 5연속 가왕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또한 영화 ‘해어화’ ‘간신’ 등에 출연해 팔색조 매력을 선보이는 등 남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차지연은 “제 안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출연을 결심했다”며 “최선을 다해 온전히 마타하리로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차지연은 2006년 ‘라이온 킹’으로 데뷔해 ‘레베카’ ‘모차르트!’ ‘위키드’ ‘잃어버린 얼굴 1895’ ‘서편제’ 등에 출연하며 매번 빈틈없는 무대를 보여왔다. 차지연만의 색깔이 입혀진 마타하리는 어떤 모습일까. 클릭(예매)을 준비하는 공연 팬들의 심장이 두근거린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