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 業이자 樂인 칼럼니스트가 쓴 ‘책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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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생각의 탄생 / 장동석 지음 / 현암사

북 칼럼니스트이자 출판평론가인 장동석 씨는 책 날개에 인쇄된 저자 소개의 중간쯤에 이런 말을 써놓았다. “책이 좋아 온전히 책더미 속에 묻혀 살며, 우리 사회와 문화를 읽어내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태어나 가장 잘한 일 중 하나가 책 읽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한 것이며, 누군가와 책 이야기 나누는 것을 가장 큰 삶의 낙으로 여긴다.” 책 읽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한 것이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이고, 누군가와 책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가장 큰 삶의 낙이라니. 자기 일에 이런 분명하고도 거침없는 사랑 고백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어쩔 수 없는 북 칼럼니스트의 운명이다.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저자의 애정 고백은 책을 펼치게 한다. 이렇게 책을 사랑하는 사람의 책은 어떨까 하고 말이다.

이 책은 ‘출판저널’ 편집자, 출판전문잡지 ‘기획회의’ 편집 주간을 거쳐 다시 출판사 인문 팀장을 맡고 있는, 간단 이력만 봐도 책 이외에 달리 그의 삶을 표현할 단어를 찾기 어려운 그가 책과 함께한 시간의 축적물이라고 할 수 있다. 서평과 에세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산문집으로 읽기, 공부, 예술, 여행, 모험, 한국인, 민주주의, 문명, 생명, 평화, 자아, 부모, 우정, 사랑, 여성이라는 15개의 주제로 이뤄져 있다. 우리가 살아가며 생각해볼, 고민해볼 주제들, 한번쯤은 숙고해야 할 키워드들이다.

저자는 여러 책들을 거론하며 15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이끌고 간다. 자기 경험을 털어놓다 책 이야기를 하고, 그 책에서 또 다른 책, 또 다른 책 같은 식으로 이어진다. 아마 책이라는 물리적 한계가 없었다면 그의 책 이야기는 계속됐을 것이다.

사랑에 대해 말할 땐 “중년을 향해 달려가지만 사랑을 온전히 이해 못한다”는 자기 고백에서 시작해 영화 ‘방자전’과 고전 ‘춘향전’을 이야기하다 프랑스 역사학자 쥘 미슐레의 ‘여자의 사랑’을 언급하며 ‘여자의 사랑’ 관점에서 춘향전의 사랑들을 이야기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거쳐 사랑에 대한 고전인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버트런드 러셀의 자서전 ‘인생은 뜨겁게’의 대목들을 인용한 뒤 장자의 호접지몽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는 색다른 해석도 풀어놓는다. 그러다 다시 ‘파우스트’와 ‘오만과 편견’으로 들어가 사랑의 본질을 탐구한다.

이런 식으로 저자는 성경부터 여러 분야에 걸친 동서양의 고전과 신간에 이르는 많은 책을 섭렵하며 각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풀어간다. 책 에세이로 읽어도 좋고, 주제별 북 큐레이션 가이드로 도움을 받아도 좋다.

저자는 ‘다른 생각의 탄생’이라는 제목처럼 독자들이 이 책을 딛고 자신만의 생각을 펼쳐 달라고 부탁했다. 책으로 가는 길은 하나가 아니고, 세상엔 정답이 없다고, 이 책 또한 자신이 열어 보인 하나의 길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이 책을 읽고 흉봐도 좋고, 북북 찢어도 좋다고 했다. 분명한 건 누군가 먼저 걸어간 길은 그것도 애정을 다해 걸어간 길은 그다음 사람들에게 귀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