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살충제 계란 파문이 전국을 한바탕 휩쓸고 난 뒤인 지난 19일 경기 수원시의 한 대형 마트에서 쇼핑 중인 시민의 카트에 계란이 담겨있다. 이 마트는 이날부터 살충제 성분 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계란에 대해 유통을 재개했다. 21일 정부는 살충제 계란을 대부분 수거해 폐기했지만, 혹시 섭취했더라도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 ‘계란 속 살충제’ 얼마나 유해한가
■ 5개 검출성분 모두 ‘저독성’
반감기 ‘7~30일’ 급성독성 낮고
유전독성·인체발암 자료 없어
영유아 섭취 우려수준 아니지만
장기사례 아직 없어 관찰 필요
■ 농약 급성중독 증상은
미세척 과채류 잘못 섭취하거나
과도노출된 농민서 발생 가능성
두통·구토 등 심할 땐 병원부터
원인성분 규명·치료 서둘러야
살충제 계란 파문으로 전국이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계란을 생산하는 산란계 농가에서 닭진드기를 없애기 위해 인체에 유해한 살충제 성분을 닭장과 닭 등에 살포하면서 유해성분이 식용 계란으로까지 번진 사건으로 요약된다.
검출된 독성 수준이 낮아 인체 유해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평가지만, 계란은 담배와 같이 인체 유해성을 감수하면서 선택할 수 있는 기호식품이 아닌 탓에 그 파급력은 크다. 계란은 꼭 먹어야 하는 필수식품은 아니지만 어린이부터 노약자까지 남녀노소가 즐기는 수많은 음식에 사용되는 까닭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계란 소비량은 2016년 기준 연간 268개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나온 우리나라 국민 계란 평균 섭취량은 1일 27.52g이다. 그만큼 계란에 함유된 성분은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다. 이번 사건으로 피프로닐(Fipronil), 비펜트린(Bifenthrin) 등 평소에 듣지 못한 각종 독성성분의 이름이 자주 등장하는데, 과연 어느 정도까지가 안전한 수준인지 궁금해하는 소비자들 역시 늘어나고 있다. 또 농약으로 인한 급성독성이 나타날 경우 응급처치 요령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대전 유성구청 직원들이 지난 17일 식물 살충제 성분인 에톡사졸이 검출된 산란계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을 회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급성독성은 낮지만 장기섭취 영향은 글쎄 = 피프로닐은 개나 고양이에 사는 벼룩·진드기 등 해충을 구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살충제다. 피프로닐은 그동안 보고된 연구를 통해 신경독성 및 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유전자에 장애를 주는 유전독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피프로닐을 인체 발암가능물질 그룹 C로 분류하고 있다. 그룹 C는 인체 발암 자료가 없고, 동물에서 발암성에 대한 제한적 증거가 있는 경우다. 매일 평생 노출돼도 안전한 안전기준(ADI)은 0.0002㎎/㎏이다. 이는 성인(60㎏ 기준)이 하루 0.012㎎／day 수준의 피프로닐을 섭취한 경우를 말한다.
비펜트린은 원예용 살충제다. 발달독성시험에서 떨림증 등의 신경독성 영향이 관찰됐지만, 생식이나 유전독성은 없었다. 인체 발암가능물질 그룹 C이며, ADI는 하루 0.01㎎/㎏이다. 이는 성인이 하루 0.6㎎/day 수준을 섭취한 경우다. 에톡사졸(Etoxazole) 역시 급성독성은 낮고, 유전독성이나 발암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되는 약품이다. 매일 평생 노출돼도 안전한 안전기준은 하루 0.04㎎/㎏이며, 이는 성인 하루 2.4㎎/day이다.
플루페녹수론(Flufenoxuron)도 자극성 및 민감성, 신경독성, 유전독성, 발암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 ADI는 하루 0.037㎎/㎏이며, 성인 하루 2.22㎎/day 수준이다. 피리다벤(Pyridaben)도 체중 증가를 억제하는 것으로 보고됐지만, 발암성 및 유전·신경·생식독성은 없는 약품으로 분류됐다. ADI는 하루 0.005㎎/㎏이며, 성인 하루 0.3㎎/day 수준이다.
농약은 독성이 심한 순서에 따라 맹독성, 고독성, 보통독성, 저독성으로 분류되는데 이들 모두 저독성 약품으로 분류돼 있다.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계란에서 검출된 살충제 대부분은 한 달이면 체외로 빠져나갈 것으로 평가했다. 홍윤철(서울대 예방의학과 교수) 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 환경건강분과위원장은 22일 “현재 검출된 5개의 살충제 중 4개는 반감기가 7일 이내여서 최대 한 달이면 대부분 성분이 빠져나간다”고 말했다.
보통 체내로 들어온 물질이 절반 정도 빠져나가는 기간을 반감기라고 보는데, 의료계에서는 반감기 3배 정도의 기간이 지나면 90% 이상이 체외로 배출된다고 본다. 현재 검출된 5개 살충제 중 플루페녹수론을 제외한 피프로닐, 비펜트린, 에톡사졸, 피리다벤의 반감기는 7일 이내다. 플루페녹수론의 반감기는 30일 이내로 3개월 정도 지나야 90% 이상이 빠져나간다.
의협은 계란 섭취로 인한 급성독성 문제 역시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견해를 냈다. 홍 위원장은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에 가장 민감한 영유아가 하루에 계란 2개를 섭취한다고 했을 때도 급성독성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며 “다만, 장기적으로 섭취한 경우에 대한 연구논문 또는 인체 사례 보고는 지금까지 확인할 수 없었던 만큼 지속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약물노출 시 머리 아프면 급성독성 의심 = 계란을 먹고 급성중독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지만, 농약을 다루는 농민이나 혹 농약이 씻겨나가지 않은 과채류를 잘못 섭취한 사람에게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만일 약물이나 농약 등에 과도하게 노출된 뒤 두통이 나타나면 급성중독 증상일 가능성이 많다. 일반적으로 머리가 아프거나 무거운 증상이 있으면 중독이 시작되었다고 본다.
경증은 머리가 무겁거나 현기증이 날 경우, 또는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거나 숨쉬기 힘들어지는 경우다. 중등증으로 분류되는 증상에는 구토, 설사, 안구 충혈, 피부수포 등이 있다. 땀과 침이 많이 나는 경우도 중등 증상의 하나다. 중증 증상은 의식을 잃거나 전신 경련이 나타나는 경우다. 입에서 거품이 나며 호흡과 맥박도 심하게 빨라진다.
급성중독이 나타나면 반드시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되, 원인 성분을 밝히는 것이 치료와 예후 판단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약물의 종류에 따라 치료 방법, 예후가 다르기 때문이다. 저독성 농약에 의해 중독현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다량을 먹지 않는다면, 특별한 치료 없이도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농가에서 농약이 옷이나 피부에 묻었을 때는 우선적으로 오염된 옷을 벗고 물로 몸을 깨끗이 씻어내도록 한다. 농약을 먹었을 때 억지로 구토를 유발하는 행위는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합병증만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절대로 하지 않아야 한다. 희석을 위해 물을 먹는 것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농약 중독이 의심된다면 빠른 시간 내에 응급실로 가야 한다.
유해물질에 계속 노출되면 급성독성은 아니지만, 수년 또는 수십 년 동안 누적돼 서서히 독성이 나타나는 만성독성이 나타날 수 있다. 만성신경계나 면역기계, 내분비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현재까지 만성독성영향을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농업인들이 감기 등 여러 질환에 다른 직업 종사자보다 더 잘 걸리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농약이 원인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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