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경북 울진 응봉산 아래 덕구온천. 응봉산 자락의 숲을 바라보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낭만적인 노천온천을 갖추고 있다.
산행과 온천욕 함께하기 좋은 5곳
호수를 품은 단풍 경관
말목산&풍기온천
게르마늄 함유 천연수
덕숭산&덕산온천
지하 1000m서 끌어올려
금성산성&담양온천
‘맥반석 온천’으로 명성
월출산&월출산온천
금강송 내려다보며 노천
응봉산&덕구온천
가을 산행의 중심은 두말할 것 없이 단풍이다. 그러나 단풍으로 이름난 명산은 가을 내내 인파로 붐빈다. 그렇다면 단풍 명산 반열에는 들지 않아도 가을 단풍이 곱게 물드는, 덜 알려진 산을 골라보면 어떨까. 쌀쌀해진 날씨에 딱 맞게 온천까지 즐길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단풍은 좀 모자라도, 남은 아쉬움은 온천으로 채우면 된다. 가을 산행으로 단풍을 감상하고 온천욕을 할 만한 다섯 곳을 골라 봤다.
# 호수와 단풍… 말목산과 풍기온천
단풍이 물든 산은 어디나 붐빈다. 그러나 이곳은 그렇지 않다. 충주호를 끼고 솟은 말목산. 월악산 국립공원에 슬쩍 끼어있는 산이지만, 국립공원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말목산을 아는 이들은 거의 없다. 그러나 가을 충주호의 단풍을 조망하는 데 이만한 곳을 찾기 어렵다. 말목산은 충주호의 물을 끼고 있어 단풍이 더 아름답다.
말목산의 해발고도는 720m. 높지 않은 산이지만 산행은 그리 쉽지 않다. 국립공원 지역임에도 탐방로가 놓이지 않아 길은 흐린 편. 그래도 길을 잃을 정도는 아니다. 산행은 단양군 적성면 하진리 마을에서 시작한다. 정상까지는 2시간 남짓. 일순 하늘이 툭 터지는 돌너덜 구간이나, 깎아지른 벼랑 지형에서 바라다보이는 충주호 일대의 단풍 조망이 근사하다.
말목산과 연계할 만한 온천은 소백산 풍기온천이다. 말목산은 충북 단양에 있고, 풍기온천은 단양 남쪽 경북 영주에 있다. 등산로 입구에서 온천까지는 차로 30∼40분 거리. 풍기온천에서는 말목산보다 소백산이 더 가깝지만, 구태여 말목산을 추천하는 건 호젓하게 가을 단풍과 호수 경관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 높이보다 깊이… 덕숭산과 덕산온천
덕숭산의 이름은 몰라도 충남 예산의 ‘수덕사’라면 누구나 다 안다. 덕숭산은 수덕사가 깃든 산이다. 높이 495.2m. 해발고도 500m에도 못 미치는 산이지만, 고찰을 끼고 있는 덕숭산은 높이 대신 깊이가 있다. 산 곳곳에 내로라하는 고승들의 자취와 그들의 불심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산행 출발지는 수덕사. 산행은 대개 수덕사에서 시작한다. 대웅전 뒤편의 돌계단을 따라 오르다가 사면 석불을 지나면 이내 비구니 선방이자 한말 ‘신여성 1호’로 불렸던 일엽스님이 수도했다는 견성암이다. 산길을 더 오르면 만공스님이 참선을 위해 기거하던 소림초당을 만나게 된다. 초당 위로는 만공스님이 세웠다는 거대한 미륵불입상이 있다. 정혜사는 그 위쪽에 있다. 맑은 날이면 안면도와 천수만도 또렷하다. 주변의 부드러운 육산들을 둘러보노라면, 덕숭산이 금북정맥을 이루는 힘찬 암산이라는 게 새삼 느껴진다.
덕산온천은 수덕사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다. 덕산온천의 온천수는 게르마늄 성분이 함유된 45도 이상의 천연 중탄산나트륨 온천수다. 온천지구 내에 온천장 9개소와 관광호텔, 일반호텔 등 50여 개의 숙박업소가 있다. 숙박업소 대부분이 온천탕을 이용하고 있다.
# 단풍과 역사… 금성산성과 담양온천
전남 담양과 전북 순창의 경계에 금성산성이 있다. 연대봉과 시루봉, 철마봉 등 산봉의 능선을 따라 만들어진 둘레 6.5㎞의 돌성이다. 금성산성을 둘러보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성곽을 따라 성 전체를 한 바퀴 도는 코스도 있고, 숲길을 따라 가까운 성문을 보고 내려오는 코스도 있다. 성 외곽을 돌면 족히 4∼5시간이 걸리니 단풍감상을 겸한 가벼운 산행이라면 성 안쪽을 둘러보는 게 더 낫겠다.
금성산성 주차장에서 40분쯤 걸어 올라가면 금성산성 망루 아래 외남문이 나온다. 대부분 남문에서 보국사터와 서문, 철마봉을 거쳐서 남문으로 다시 내려오는 코스를 밟는데, 이렇게 걸으면 1시간 30분쯤 걸린다. 금성산성 들머리에서 강천사까지는 2시간 남짓이 걸린다.
금성산성 들머리에는 담양리조트가 있고 리조트 안에 대형 온천탕이 있다. 지하 1000m에서 끌어올린 게르마늄이 풍부하다는 알칼리성 온천이다. 수치료 시설과 찜질방, 노천탕 등을 갖추고 있다. 야외 수영장도 있지만 여름철에만 운영한다.
# 기암과 풍류… 월출산과 월출산온천
남도 땅에 수석처럼 불쑥 솟아오른 월출산은 산 밖에서도, 안에서도 영험한 기운이 느껴지는 산이다. 호남의 금강이란 표현처럼 최고봉인 천황봉을 중심으로 수많은 암봉과 기암괴석들이 즐비하다. 월출산의 지정 탐방로는 6개 코스가 있다. 구름다리코스, 경포대지구, 천황지구, 도갑지구와 바람 폭포를 경유하는 종주 코스에다 지난 2015년 개방된 산성대코스가 있다. 이 중에서 아찔한 기암을 따라 오르는 구름다리코스와 산성대코스가 가장 경관이 좋다. 성난 사자의 갈기 같은 바위를 줄곧 넘어야 하지만 등산로와 계단 등의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편이다. 평야 지대에 우뚝 솟은 산이라 월출산 천황봉 정상에서의 시야는 거침없다. 발 아래로는 거친 암봉의 능선이 뻗어있고, 고개를 들면 북쪽으로는 거대한 평야와 목포 앞바다가, 남쪽으로는 해남과 강진의 바다가 펼쳐진다.
영암읍에서 가까운 곳에 월출산온천이 있다. 온천은 지하 600m의 월출산 맥반석 암반대에서 물을 끌어올려 ‘맥반석 온천’으로 불린다.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온천보다 관광호텔이 여름시즌에 운영하는 수영장으로 더 유명하다. 시설이 그리 좋지는 않지만 한적하게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 온천과 다리… 응봉산과 덕구온천
경북 울진의 응봉산 자락에는 덕구온천이 있다. 다른 곳은 산이 먼저이고 온천이 따라붙지만, 여기만큼은 산보다 온천의 정취가 먼저다. 응봉산 덕구계곡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도 온천개발 후에 만들어졌다. 등산코스는 모래재와 두 곳의 헬기장을 지나 해발 998.5m의 정상까지로 잡는다. 하산은 계곡 능선으로 원탕 쪽으로 내려서서 효자샘, 연리지, 용소폭포 쪽이다. 하산 길 초입은 다리가 휘청거리는 급경사. 덕구계곡 원탕까지 내려서야 비로소 부드러운 길이 이어진다.
덕구온천은 지표면으로 솟는 온천수로 탕을 채운다. 수온 42.4도의 온천수가 하루 4000t이나 용출되니 모든 탕에 온천수를 쓰고도 남는다. 데우거나 식히지 않고 온천의 원수를 그대로 사용한다는 점도 믿음이 간다. 덕구온천의 시설은 수도권의 워터파크에 못지않을 정도. 다양한 바데시설이 설치돼 있고, 금강송 숲을 내려다볼 수 있는 노천탕도 운치있게 꾸며져 있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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