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아래서, 바닷가서… 溫氣에 빠지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인천 강화의 석모도미네랄온천의 노천탕. 여기서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고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 래시가드나 노천복을 빌려 입고 이용할 수 있다.

12월에 가볼만한 온천 여행지

척산온천 설악산 바라보며 휴양
해운대온천 수온 60도 해수탕
석모도온천 낙조 풍경 속 힐링
수안보온천 전통의 알칼리水

따뜻한 것이 그리운 계절이 왔다. 바야흐로 온천의 계절이다. 뜨거운 온천수에 몸을 담그면 찬바람으로 위축된 온몸의 근육들이 나긋나긋하게 풀어질 것만 같다. 온천은 몸과 마음을 부드럽게 이완해준다. 겨울의 초입에 한국관광공사가 초겨울의 정취를 느끼며 여행과 온천욕을 두루 즐길 수 있는 온천을 ‘12월의 가볼 만한 곳’으로 꼽았다. 모두 여행 명소를 끼고 있는 온천들이다.

# 설악산 아래서 온천…척산온천

척산온천은 설악산과 속초 시내의 중간쯤인 노학동에 있다. 1970년대 온천공으로 온천수를 끌어올리면서 척산온천의 이름이 세간에 알려졌다. 설악산 산행객이 피로를 푸는 자그마한 목욕탕 수준이었다가 일대에 콘도 붐이 불면서 1980년대 초 척산온천장이 들어서고, 1985년 원탕 자리에 척산온천휴양촌이 재개장하면서 지금의 규모를 갖게 됐다.

척산온천의 자랑은 뜨거운 용출수다. 천연 온천수가 50도 안팎이라 따로 데우지 않고 쓴다. 온천성분은 라돈이 포함된 강알칼리성. 피부미용에 도움이 된다.

척산온천휴양촌의 매력은 옥외공간에서 온천욕을 할 수 있는 노천탕이다. 남성 노천탕에서는 솔숲과 설악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여성 노천탕은 정자와 목재가 어우러진 가지런한 욕탕이 인상적이다. 나무 향이 은은한 욕조가 있는 가족 온천실도 갖추고 있다. 휴양촌 별관에는 전통불한증막, 찜질방, 전망 휴게소 등 부대시설이 있고, 주말에는 족욕탕도 운영한다. 척산온천휴양촌에서 척산교를 건너면 척산온천장이다. 온천수의 효능은 휴양촌이나 온천장이나 다를 게 없다. 현지주민들이 주로 찾는 척산온천장에는 노천탕이나 부대시설이 없지만 대온천탕의 유리창 너머로 설악산 경관을 즐길 수 있다는 게 매력. 척산온천휴양촌 033-636-4000, 척산온천장 033-636-4806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강원 속초 척산온천의 여성노천탕.

# 바다 말고 온천…해운대온천

해운대에는 바다뿐만 아니라 유서 깊은 온천도 있다. 본래 구남온천으로 불리던 해운대온천은 부산항 개항 이후 일본인들이 들어와 살면서 본격 개발됐다. 1887년 일본인 의사 와다노 시게미즈(和田野茂光)가 처음 온천을 발견해 온천장을 열었고, 1935년 해운대온천합자회사가 대온천장과 오락장, 동물원까지 갖춘 테마파크형 온천 여관을 세웠다.

해운대온천센터는 1935년 문을 연 해운대 최초의 대중목욕탕인 ‘할매탕’을 철거한 자리에 세운 온천탕이다. 할매탕은 관절염이나 팔다리 통증 등 노인성 질환에 특히 효험이 있어 할머니들이 많이 찾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단다. 할매탕은 철거됐지만, 새로 지은 해운대온천센터 옆에다 새로 건물을 지어 간판을 다시 걸었다. 해운대 온천과 할매탕은 세 개의 온천공을 통해 지하 900m 온천수를 직접 공급하고, 양탕장을 거치지 않아 수온이 60도에 이른다. 물은 부드럽고 물맛은 짜다. 지하의 화강암 틈으로 해수가 유입되어 섞이면서 약알칼리 고열 온천이 되기 때문이다.

할매탕에는 가족탕과 남녀 사우나가 있다. 가족탕에는 6개의 온천 객실이 있고, 객실은 방과 욕실로 나뉜다. 7층 건물의 해운대온천센터는 남녀 사우나와 찜질방, 피트니스센터까지 두루 갖췄다. 동시 수용인원이 2000명이 넘는 매머드급 규모다. 할매탕 051-740-7010, 해운대온천센터 051-740-7000

# 온천과 낙조…석모도미네랄온천

강화도 외포항에서 서쪽으로 약 1.5㎞ 떨어진 섬 석모도에 지난 1월 개장한 석모도미네랄온천은 이른바 ‘신상’ 온천이다. 지난 6월 석모대교가 개통돼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주말이면 대기시간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석모도미네랄온천의 원수는 지하 460m 화강암에서 용출하는 미네랄 성분의 온천수다. 물색이 탁하고, 맛이 짠 것은 한편으로는 단점이지만, 한편으로는 효능이 있는 ‘특별한 물’로 느껴지게 하는 장점이기도 하다. 온천물은 데우거나 식히지 않는다. 소독이나 정화과정도 없이 원수를 그냥 탕으로 흘려보낸다. 원수는 51도의 고온이지만, 탕에 도착할 때쯤 47도로 내려간다. 이 물을 적당히 식혀서 온도를 관리한다. 추운 겨울에도 노천탕의 온도는 43∼45도 사이를 유지한다.

온천의 명소는 단연 노천탕. 노천탕에는 래시가드를 입거나 온천에서 대여해주는 ‘노천복’을 빌려 입고 들어가야 한다. 탕에 몸을 담그고 수평선 너머로 붉게 물드는 낙조 풍경을 볼 수 있다. 온천에서는 비누와 샴푸 등의 사용이 제한된다. 석모도미네랄온천 032-933-3810

# 오랜 내력의 온천…수안보온천

충북 충주에는 약알칼리 온천수의 수안보온천과 탄산성분 온천수의 앙성온천, 유황성분 온천수가 솟는 문강온천이 있다. 이중 충주를 대표하는 온천이라면 단연 수안보온천이다. 수안보온천은 역사가 깊다. 조선왕조실록에 태조 이성계가 피부염을 치료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는 내용이 있고, ‘청풍향교지’에는 숙종이 수안보에서 온천을 즐겼다는 기록도 있다. 수안보온천이 본격 개발된 건 일본인들에 의해서다. 1929년 근대식 온천의 모습을 갖췄고 1960∼1970년대에는 신혼여행지로, 1980년대에는 가족여행과 수학여행지로 인기를 끌었다.

수안보가 여전히 대표온천으로 꼽히는 건 온천수 때문이다. 온천수의 온도는 53도. 약알칼리성 온천수라 목욕을 한 뒤에 피부가 매끈해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도 인기의 요인이다.

수안보온천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자체가 온천수를 관리하고 있다. 충주시가 온천수를 확보해 관광특구에 있는 호텔과 대중탕에 고르게 공급한다. 원탕이 따로 없으니 어느 온천장에 가도 같은 온천수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물은 다 같으니 시설을 두고 온천장을 고르면 된다.

수안보온천관광협의회가 충주시에서 위탁받아 운영하는 수안보하이스파는 자연 냉각 방식으로 온도를 조절하는 것이 특징. 수안보파크호텔과 한화리조트 수안보온천은 노천온천탕을 갖춘 곳이다. 수안보온천의 또 다른 장점은 적막하다 싶을 정도로 고즈넉하다는 것이다. 조용하긴 해도 관광특구에는 식당 등의 부대시설을 부족함 없이 갖추고 있다. 조용한 휴식을 즐기며 온천욕을 하기에는 이만한 곳이 없다. 수안보온천관광협의회 043-846-3605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